[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수출을 늘리려고 발버둥치고 있긴 하지만 이미 우리 주력수출품의 경쟁력이 떨어진 지 오래됐을 정도로 답이 안 나옵니다.”
중국 상하이에서 우리나라 수출기업을 돕고 있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상해무역관의 이민호 관장은 토로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 급감하는 수출을 회복시켜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지만, 딱히 해법이 안 보인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1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18.5%나 급감했고, 2월 수출도 12.2%나 줄어드는 등 14개월 연속 수출침체를 보이고 있다.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시장은 8개월 연속 하락세다. 중국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당분간 수출 회복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스마트폰만 해도 이미 중국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5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1위, 2위 모두 중국업체인 샤오미, 화웨이였다. 삼성과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했던 애플이 그나마 3위 자리를 겨우 버티고 있는 정도다. 4, 5위 역시 중국 업체이고, 삼성전자의 중국 점유율은 기타(Others)에 표시됐을 뿐이다.
그나마 중국에서 버티고 있는 수출품목은 한류 열풍에 힘입어 경쟁력 우위를 점하고 있는 화장품, 방송콘텐츠 등이다. 하지만 이 분야도 길어야 5년을 못 버틸 것이라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화장품의 경우 가공기술은 발달했지만 핵심소재기술이 거의 없고, 방송콘텐츠는 중국 정부의 ‘규제 브레이크’ 우려가 큰 데다 이미 중국 방송콘텐츠 수준도 빠르게 올라갔다는 평가다.
이 관장이 “이미 중국화장품기업이 한국의 아모레퍼시픽 등 핵심 인력 등을 많이 빼내가고 있다“면서 “한국을 따라 잡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경고할 정도다.
해법은 없을까. 중국 전문가들은 이미 늦었긴 했지만 중국의 성장성 있는 기업에 지분투자를 하면서 전략적 제휴를 맺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홍 수출입은행 상해사무소 소장은 “중국기업에 우리나라 기업의 지분은 거의 없다고 해도 될 정도로 극히 미미하다”면서 “성장성이 큰 산업에 지분투자를 늘리면서 기술을 공유하고 이익도 늘리는 방식으로 중국 진출 전략을 다시 짜야한다”고 꼬집었다.
실제 우리나라 기업의 중국 직접투자 동향을 보면 중국에 공장을 설립하는 등 그린필드형 투자는 지난해 21억6839만달러인데 반해 인수합병(M&A) 등 지분인수형 투자는 6억8527만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비중이 적다. 한국기업이 그린필드형 투자를 선호하는 것은 중국 기업에 대한 불신, 중국 정부의 정책 변수, 한국의 기업문화 차이 등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그린필드형 방식은 첨단기술 획득 등 긍정적 측면보다는 국내 산업시설 공동화 같은 부정적 측면만 부각된다는 점이다. 한국이 투자를 주저하는 사이 오히려 중국기업은 한국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를 늘리면서 한국 고유의 기술과 인력을 빼내가고 있는 현실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그룹은 최근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4%를 확보하기도 했다. 이 소장은 “이미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면서 “중국 리스크때문에 주저하기보다는 중국기업을 동반자로 생각하고 자본 투자에 나서는 게 현실적인 해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