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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당초 4월부터 시행했어야 할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이 한 달 이상 미뤄질 수 있게 됐다. 정부는 분기별로 전기·가스요금을 조정할 때 통상 전월 마지막 날에는 확정·발표해 왔지만, 당정협의회는 지난달 31일 이를 잠정 연기했다.
정부와 전력업계 등에서는 오는 21일 쯤에는 요금 조정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전력(015760)공사, 한국가스공사(036460) 등 에너지 공기업들은 이에 발맞춰 5년 28조원의 비용 절감 외에 추가 자구안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여당내 기류가 바뀐 데다, 다음 주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이 예정돼 있어 사실상 이달 내 발표가 힘들어 보인다.
여당은 요금 인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부정 여론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도가 30%대 초반까지 하락한 현 상황에서 에너지 요금 인상으로 올여름 ‘냉방비 폭탄’이 터질 경우 국정 운영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그렇다고 ‘경쟁시장 원칙’이란 정부 국정과제를 무시한 채 마냥 동결을 결정할 수도 없다. 정부와 여당은 그간 문재인 전 정부가 시장 원칙에 어긋난 요금 동결 방침을 고수한 탓에 현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위기를 초래했다고 맹렬히 비판해왔다.
이런 분위기라면 요금을 올리더라도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7% 이상 올려야 한다는 주장하지만, 여당을 중심으로 2~3% 수준의 소폭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의 인상 폭으론 한전이 쌓아온 부채 탕감은커녕, 당장의 적자 상황도 막을 수 없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한전은 올 2월 기준 평균 킬로와트시(kwh)당 165.6원에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서 149.7원/㎾h에 기업·가정에 판매했다. 1㎾h당 15.9원, 총 판매량 기준 1조6000억원을 원가 이하로 판매한 셈이다.
한전이 지난해 발전연료비 폭등 탓에 32조6000억원의 사상 최대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도 10조원 가량의 적자가 예상된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이 적자 상황을 해소하려면 올 한해 전기요금을 총 1㎾h당 51.6원(약 40%) 올려야 한다고 보고, 연초 13.1원/㎾h(9.5%)을 올렸다. 2분기에도 최소 10원 이상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