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뻥튀기에 관피아 유착까지…'혈세 잔치' 된 매연저감장치

정다슬 기자I 2020.12.08 15:42:29

권익위 실태조사 결과
제조사, 원가 2배 부풀려 환경부에 제출해 보조금 과다산정
환경부 출신 공무원 관련단체 간부 역임
권익위 "관리·감독이 제대로 될 수행될 수 없는 구조"

미세먼지 ‘나쁨’ 경보가 울린 11월 17일 오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매연저감장치 제조사들이 제조원가를 두 배 부풀리고 관계기관과 유착해 국가보조금 수백억원을 편취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 복지보조금부정신고센터는 노후 경유차에 부착하는 매연저감장치 보조금 편취 신고를 토대로 8월부터 10월까지 관계기관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은 위법행위를 적발했다고 8일 밝혔다.

매연저감장치 보조사업은 노후 경유차의 매연을 줄이기 위해 저감장치의 비용 90%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에만 2764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제작사들의 담합과 관련 단체들의 유착들로 제대로 된 감독이 이뤄지지 않은 채 눈먼 돈이 줄줄이 새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제작사들은 매연저감장치의 표준제조원가가 자신들이 제출하는 원가자료를 기초로 결정된다는 점을 악용해 품목별 매연저감장치 제조원가를 약 2배 정도 부풀려 환경부에 제출했다.

일례로 A 제작사의 경우 제조원가가 405만원인 1종 DPF 대형복합재생 특정 모델을 환경부에는 870만원으로 제출했다. 환경부는 A제작사를 비롯한 13개 제조업체 원가를 기초로 대당 975만원의 보조금을 책정해 지원했다. 이같은 방법으로 A제작사가 지난해 받은 부당한 보조금만 수백억원에 이른다.

또 차량소유자가 부담해야 할 자기부담금을 대납하거나 후납 처리하고 장치를 부착해 부당하게 보조금을 수령한 사실도 발견됐다. 이같은 편법·위법 행위 감독은 지방자치단체의 소관이지만, 대다수 지자체는 자기부담금 납부 확인을 소홀히 하고 보조금을 집행했다.

매연저감장치 보조금 사업을 지원하고 관리해야 할 관련단체와 유착하고 있다는 정황도 발견했다. 차량소유자의 자기부담금 납부 여부를 확인하고 관할 지자체에 보조금을 신청하는 한국자동차환경협회의 경우 환경부 출신 공무원이 간부로 재직하고 있었다. 또 협회 간부였던 자가 부착지원센터의 실질적으로 대표로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권익위는 “관리·감독이 제대로 될 수 없는 구조”라며 “여기에 협회는 장치 부착건수에 따라 매년 수억원의 회비를, 센터는 소개 수수료 명목으로 매년 수십억원을 제작사로부터 받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매연저감장치 보조금을 지원받기 위한 상담·접수 창구 역할을 하는 센터의 경우, 사실상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부와 협회는 반드시 센터를 통해서만 장치 접수 신청을 받도록 해 독점적인 영업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또 부착지원센터는 제작사로부터 장치별로 대당 25만~85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어 ‘제3자 약정금지’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의혹도 나왔다.

권익위는 이같은 혐의에 대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관계기관에도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자기부담금 관련 규정이나 원가산정 과정에서의 담합 및 원가자료 검토 미흡 등 문제점에 대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허재우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매연저감장치 보조사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국민권익위는 노후 경유차 매연저감장치 제작사들의 보조금 수백억 원 편취 행위와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위법·부당한 행위에 대해 수사 의뢰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관계법령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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