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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주식 매도' 삼성증권 직원들, 1심서 집행유예 선고

손의연 기자I 2019.04.10 14:34:47

잘못 입고된 주식 팔아 시장 혼란 야기한 혐의
법원 "타인 자산 관리해야할 금융업 종사자 직업 윤리 잃어"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유령주식을 매도해 시장을 교란시킨 혐의를 받는 삼성증권 직원들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주영 판사는 10일 오후 1시50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증권 전 과장 구모(39)씨와 최모(35)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이모씨와 지모씨에 대해서도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내렸다. 다른 4명에 대해서는 벌금 1000만원에서 2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짧은 시간 주식 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한 사건”이라며 “타인의 자산을 관리하는 걸 본질로 하는 금융업 종사자들이 직업 윤리와 도덕성을 잃어 일반 시민의 기대와 신뢰를 배반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계좌에 잘못 입력된 주식을 발견했으면 상급자를 통해 보고하고 처리방향을 알아봐야 했음에도 조치하지 않았다”며 “이는 사후조치를 어렵게 하고 실제로 위험을 발생시켰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초범인 점, 범행 후 계좌에 대한 권한을 바로 회사에 위임한 점, 실제 이익을 취한 게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구씨 등 8명은 2018년 4월6일 자신의 계좌에 잘못 입고된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아 시장에 혼란을 가져온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삼성증권은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1000원의 현금을 배당하려다 착오로 주당 1000주를 배당했다. 잘못 발행된 주식은 28억 1000만주에 달했다. 이는 삼성증권 정관상 주식 발행 한도를 수십 배 뛰어넘는 유령주식이었다.

삼성증권 직원 중 16명은 주식 501만주를 시장에 내다 팔았고 삼성증권 주가는 장중 최대 11.7% 폭락했다. 다른 5명도 주식을 매도하려고 했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유령주식을 실제 팔거나 매도 주문을 낸 삼성증권 직원 21명을 고발했다. 검찰 수사 결과 구씨 등 3명이 205억∼511억원 상당의 주식을 분할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금융감독원이 고발한 21명 중 매도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고의성이 약한 13명은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나머지 8명을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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