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불안정한 국내 증시에 신통찮은 ‘새내기주’ 흥행 성적이 부담되고 있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낮은 평가를 받거나 상장 후에도 주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아직까지도 연내 신규 상장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수급 부담으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당초 내달초 상장 예정이던 중국 기업인 차이나크리스탈신소재홀딩스(상장명 크리스탈신소재)는 일정을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지난 17~18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함에 따라 내년에 다시 재평가를 받도록 하겠다는 방침에서다.
요즘 들어 수요예측과 청약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게 줄어 만족할만한 평가를 받기 힘든데다 상장 후 주가 상승도 담보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상반기만 해도 수요예측에서는 수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곳이 많았지만 이달 들어서는 엠지메드(715대 1)을 제외하고 모두 200대 1에도 못 미치는 경쟁률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업체 두 곳도 하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다가 철회했다. 패션브랜드 ‘루이까또즈’를 판매하는 태진인터내셔날은 “공모주 시장 투자심리 악화로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렵다”며 13일 금융감독원에 철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 절차를 중단했다. 앞서 9월에는 세진중공업이 저조한 수요예측 결과에 상장을 철회했다. 이 업체는 공모자금 규모를 줄이고 희망 공모가도 낮춰 재상장을 추진했지만 이달 12~13일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최하단인 3500원에 그쳤다. 하이즈항공과 금호HT의 경우 공모가가 하단을 밑돌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상장을 하지만 주가 흐름 역시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이날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한 미스터블루(207760)는 전거래일 대비 1.35% 하락한 5120원에 마감했다. 향후 중장기 성장성보다 당장 차익을 실현하는 주주들이 더 많았던 셈이다.
사상 최대 수준인 2777억원 가량을 조달하며 화려하게 상장한 더블유게임즈(192080)의 경우 4일 시초가(6만5100원)보다 현재 주가(5만4100원)가 1만1000원 내렸다. 역시 하반기 기대주였던 제주항공(089590)도 6일 상장 후 11~12일을 제외하고는 내리 하락하며 주가가 24%가량 빠졌다. 나무가(190510)·유앤아이(056090)·케이디켐(221980) 등 이달 상장한 업체 대부분은 현재 주식이 시초가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공모주 시장 부진은 증시 불안정성의 지속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입되는 자금은 한정됐는데 신규 상장이 쏟아져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중국에서는 올 7월 증시가 폭락하자 예정됐던 IPO가 일시 중단됐다. 약세장에서 기업들이 대거 신규 상장할 경우 추가 하락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최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재개를 검토하고 있지만 단기로는 수급 측면에서 부담이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내에서는 앞으로도 적지 않은 신규 상장이 예정돼 있다. 올해 11월 현재까지 상장한 기업은 약 120곳으로 이미 지난해 수준(107개)을 넘었다. 한국거래소의 올해 목표는 170개(코넥스 제외)로 아직 50여곳이 남았다. 연말 신주 ‘물량 폭탄’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IPO는 시장 상황을 보면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말 부담이 된다고 판단되면 일부 상장 연기도 예상돼 물량이 줄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지금은 금리 인상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시점으로 위축보다는 개선이 점쳐지기 때문에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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