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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하나·외환 통합은행인 ‘KEB하나은행’의 공식 출범과 함께 함영주 초대 행장이 꺼내든 화두는 세 가지다. 통합과 함께 단숨에 자산 규모 국내 1위 은행으로 올라선 데 그치지 않고 ‘강하고(Strong) 위대하며(Great) 혁신적인(Innovation)’ 일류 은행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통합을 계기로 299조원에 이르는 자산과 가장 많은 해외 지점(20곳)을 갖춘 ‘메가뱅크’로 거듭났지만 하나·외환은행의 영업이익 성적표는 경쟁 은행에 비해 뒤처진 탓이다.
◇영업 제일 주의…‘야전 사령관’ 장점 살린다
함 행장은 자신이 강점을 지닌 ‘영업력’을 바탕으로 조직을 영업 현장 중심으로 재편해 이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물리적 결합을 넘어선 화학적 결합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초대 비서실장으로 김지성 전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을 임명하는 ‘파격’을 보임으로써 향후 인사나 경영을 투명하게 이끌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함 행장은 이날 서울 을지로 옛 외환은행 본점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출범식 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영업 제일주의’라는 강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모든 역량을 현장 중심으로 확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장(부행장) 시절 ‘야전 사령관’으로 보여준 실력을 십분 발휘해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함 행장은 영업력 강화 복안으로 “협업과 팀워크를 강화해 조직 내 선의의 경쟁, 건전한 경쟁을 통해 성과 극대화를 이뤄낼 것”이라며 “모든 부분을 영업 현장 중심으로 재편하고 지역별로 특화해 각 지역에서 최고의 일류 은행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통합 행보 2탄’은 비서실장 임명이었다. 내정 직후 가장 먼저 외환은행 노조를 찾는 등 통합 행보를 보인 함 행장이 비서실장으로 김 전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을 선택한 것은 양 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성공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함 행장은 “기업 문화가 합쳐질 수 있도록 몰입할 수 있는 시기는 통합 후 3개월”이라며 “가장 빨리 화학적 결합을 이루는 게 뭘까 고민한 끝에 비서실장으로 김지성 전 노조위원장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자신 역시 피합병 은행(서울은행)출신인 만큼 조직 간 화합과 포용을 우선한 조치로 풀이된다.
◇시너지 효과 …기대 반 우려 반
‘야전사령관’을 거쳐 ‘총사령관’ 자리에 올랐지만 함 행장이 헤쳐나가야 할 과제는 만만치않다. 자산 규모·해외 지점 업계 1위, 국내 지점(945곳) 및 직원 수(1만6368명)는 KB국민은행에 이은 2위권으로 올라서며 ‘리딩뱅크’ 대열에 합류했지만 기대만큼 통합의 시너지가 날지는 불투명하다. 함 행장 역시 수익성 제고 방안을 “가장 고민스럽고 중요한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함 행장은 “기존의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며 “통합을 통해 올라간 인지도를 바탕으로 마케팅을 강화해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IB·자산관리·글로벌 부문을 대폭 강화해 수익을 다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좌이동제 확대 시행 등 금융권 지각 변동에 대한 대응책도 밝혔다. 함 행장은 “KEB하나은행의 거래 혜택을 패키지로 담은 ‘행복 노하우 주거래 우대 통장’과 ‘행복 투게더 주거래 예·적금 통장’을 출시했다”며 “10월에는 하나금융그룹의 통합 멤버십인 ‘하나 멤버스’도 출시한다”고 설명했다. ‘하나 멤버스’의 경우 은행·카드·증권·캐피탈·생명·저축은행 등 그룹의 모든 계열사들의 거래 실적에 따라 전용 포인트인 ‘하나코인’을 적립해 고객이 이자도 낼 수 있고 적금도 부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함 행장은 “스토리를 담은 신상품을 계속 개발해 고객에게 다가서겠다”고 말했다.
통합 시너지를 위한 전산 통합은 내년 6월 7일 완료할 예정이다. 함 행장은 “전산통합은 시기도 중요하지만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며 “전 영역에 걸친 정밀 점검을 통해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통합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함영주 호(號)’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 회장은 이날 “통합 은행 출범으로 제2의 도약기를 맞았다”며 “해외와 비은행 부문 확대에 주력해 리딩 금융그룹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