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코스피가 2490선에서 2640선으로 5.82% 상승하는 가운데에도 삼성전자는 단 700원(0.96%) 움직이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같은 기간 코스피 피슾콧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15.96%)나 3위 LG에너지솔루션(5.38%)을 모두 밑도는 수익률이다. 게다가 글로벌 증시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바탕으로 엔비디아가 호실적을 내며 급등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운 성과다.
특히 삼성전자의 주가를 이끄는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를 2318억원 사들이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순매수액(1조7057억원)의 13.6%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3월 들어 분위기가 바뀔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외국인은 지난 26일부터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사들이며 이달 초와 달리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 29일엔 947억원을 사들이기도 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기대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업계 최초로 D램 칩을 12단까지 쌓은 5세대 HBM ‘HBM3E’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 샘플을 엔비디아를 포함한 고객사에게 제공하기 시작했고, 올 상반기 양산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고용량 HBM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산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을 53%다. 삼성전자는 38%로 그 뒤를 잇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고용량 HBM 시장을 장악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HBM 선점 효과는 적어도 올해까지 유지되고, 지난해 물량 기준 50%의 점유율도 올해는 유지가 예상된다”며 “마이크론의 신규 진입과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도 제품과 생산 물량에서 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2월 증시의 가장 큰 테마였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일단락된 점도 삼성전자의 수급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6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초안을 공개했다. 이에 저 주가순자산비율(PBR)의 급등세도 잦아든 상황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가전, 핸드폰 등이 주도하는 수출 회복세가 확인될 경우 수출주와 성장주에 트레이딩 기회가 올 것”이라며 “저PBR 충격으로 인한 단기 조정 후 코스피 분위기 반전은 수출주와 성장주가 시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