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원재료 수입비중이 큰 업체들은 최근 원·달러 환율 사태를 예의 주시 중이다. 달러 강세가 지속하면 수입원료 가격이 높아져 결국 최종 생산제품의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어서다.
대표적인 원료가 밀이다. 우리나라는 밀(원맥)을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100% 수입한다. 밀 가격이 오르면 결국 라면, 과자, 빵 등 공산품뿐만 아니라 자장면이나 칼국수 등 많은 국민이 즐겨찾는 외식상품 가격도 인상을 부추길 수 밖에 없다.
이날 기준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9월에 인도할 밀 선물 가격은 부셸(약 27.2㎏)당 7.93달러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밀 선물 가격은 지난 5월 12.77달러까지 뛰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월 22일(8.52달러)보다 낮은 가격으로 회복한 셈. 곡물 수입 계약부터 도착까지 시간이 수개월 걸리기 때문에 식료품 제조업계는 ‘선물 거래’를 통해 물량을 조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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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는 선물거래를 통해 원료를 미리 확보해 비축한 뒤 사용한다. 이 때문에 당장의 영향은 없지만 달러 강세기조가 이어지면 수입물가는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오뚜기(007310) 관계자는 “최근 환율 급등으로 바로 타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강달러) 추세가 길어지면 2~3개월 뒤 반드시 원재료 구매에 더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없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소고기, 옥수수, 견과류 등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품목들을 취급하는 업체들도 환율 변동 추이를 예의 주시하는 모양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면 원재료 수입에 필요한 비용이 늘어난다”며 “제품가격에 반영하면 소비자 반발이 우려되고 반영을 안 하면 회사 이익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 정부의 면세한도 상향 방침에 기대감이 높던 면세업계는 직접적 타격을 받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해외여행 증가에 따른 특수를 기대했지만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면서 해외여행을 다시 주저하는 기류가 형성돼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1000만원의 예산으로 여행을 준비하던 사람들이 예산을 1200만원으로 늘려야 한다면 당연히 여행을 망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해외여행 고객을 대상으로 달러 기준으로 포인트를 지급하거나 각종 세일 등의 혜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명품 업계에서는 추가 가격 인상 전망이 나온다. 명품 업체들은 환율 변동을 이유로 수시로 국내 가격을 조절해 왔다. 올해 1월에도 원·달러환율이 1200원선을 돌파하자 에르메스는 3~7%, 루이비통은 8~21%, 롤렉스는 7~16% 각각 인상했다. 특히 샤넬은 1월, 3월, 7월 세 차례나 가격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