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e갤러리] 두루마리 화장지 산수화…김진성 '풍경의 덩어리-비행'

오현주 기자I 2022.03.24 15:00:58

2022년 작
정물에 풍경을 담아 '덩어리' 짓는 작업
"지구 풍경도 우주서 보면 덩어리 정물"
물감·색연필 등 무수히 그어 만든 선·면

김진성 ‘풍경의 덩어리-비행’(사진=도로시살롱)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누르스름한 두루마리 화장지가 몇 단 죽 풀려 있다. 여기까진 특별한 게 없다. 그런데 그 위에 풀숲, 또 그 위를 줄지어 나는 새들이 만든 풍경이 박혀 있다면 이건 다른 사정이다. 두루마리가 다 풀리는 길이만큼 끝없이 이어질 전경이 아닌가. ‘두루마리’의 본뜻을 생각하면 신기한 일도 아니지만 그게 화장지라면 상황이 다른 거다.

이 기발한 발상은 작가 김진성(47)의 붓끝에서 나왔다. 작가는 정물도 그렸고 풍경도 그렸다. 그러다가 최근 거기서 한 단계 나아갔는데, 풍경을 정물에 담아 ‘덩어리’ 짓는 작업을 시작한 거다. 펼쳐야 하는 풍경과 뭉쳐야 하는 정물의 이질적 성격을 두고 고민을 꽤 했나 보다. 그 끝에 나온 결론은, 어차피 우리 사는 풍경이란 게 ‘덩어리’란 거였단다. “지구 안의 풍경도 멀리 우주에서 바라보면 한 덩어리의 정물이 아니냐”고.

‘풍경의 덩어리-비행’(2022)은 그중 한 점. 화장지 역시 그중 하나일 뿐이다. 주전자·병·사과·레몬 안에도 차곡차곡 풍경이 담기기 시작했으니까. 가느다란 붓에 유화물감을 묻혀 무수히 쌓고, 색연필·오일파스텔로 무수히 그어 만든 선과 면이다. 부드럽지 않을 수 없다.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도로시살롱서 여는 개인전 ‘풍경의 덩어리’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색연필·오일파스텔·유채. 35×65㎝. 작가 소장. 도로시살롱 제공.

김진성 ‘풍경의 덩어리-편지할게요’(2022), 캔버스에 색연필·오일파스텔·유채, 35×35㎝(사진=도로시살롱)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