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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롯데지주는 순수지주회사에 국한된 임무만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그룹 내 산적한 이슈들을 뒤로 하고, 다른 ‘일’을 벌일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게 재계 관측이다. 다만 호텔롯데 상장 등 굵직한 현안이 매듭지어진 이후, 롯데지주가 직접 신사업발굴 등에 뛰어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롯데의 사업회사들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롯데케미칼이 화학사업에서 탄탄한 실적을 내고 있지만, 세계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석유화학업종 특성상 언제든 실적이 가라앉을 수 있다. 안전한 수익원이 아니라는 얘기다. 내수경기 침체와 중국의 ‘사드 보복’이라는 이중고 앞에 롯데쇼핑의 실적반등도 요원해졌다.
결국 지주사 전환 이후에도 각 사업회사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받아들 경우, 롯데지주가 사업일선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지주회사로서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등의 자회사 지분을 소유했지만 유압장비, IT서비스 등을 생산·제공하는 자체 사업을 꾸린 (주)두산과 같은 사업지주회사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병연 롯데그룹 가치경영실장이 12일 롯데지주사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사업이나 해외사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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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간 업무를 조정한 뒤 식음이나 쇼핑 부문에서 롯제지주가 해외사업을 도맡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사업이 실패할 경우 계열사와 지주사 모두 입지가 흔들릴 수 있는 탓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 관측이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 “이제 막 탄생한 롯데지주가 순수지주사 지위를 쉽게 벗어던지긴 어려울 것”이라며 “지주사 체제 전환 전 계열사 대표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지주사가) 아예 새로운 사업영역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인데, 현 시점에서는 어려운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롯데 관계자는 “순수지주회사에 100% 머무른다고 확언하지 않았다고, 사업지주회사로 당장 변모하겠다는 게 아니다. 지주사가 사업을 한다고 해도 단기간에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