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크게 줄어든 연구개발(R&D) 예산에 대한 아쉬움을 정부에 토로했고 보다 많은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위기감이 여느 때보다 커졌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정책지원 확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기남 삼성전자(005930) 사장(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장)은 10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신성장산업포럼’에서 “중국 정부의 절대적 지원과 거대 자본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반도체 산업 진출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매우 위협적”이라며 “향후 5년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향배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메모리반도체의 업계 최고 기술력과 제품력을 바탕으로 시스템반도체를 균형 육성하면서 장비·재료, 소자, 팹리스 업체들 사이에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중국의 추격에 대한 기민한 대비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예산과 전문인력이 부족한 현실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용서 대한전자공학회 수석부회장은 “우리나라의 반도체 성공스토리에는 신속한 투자, 과감한 비전, 스피드 경영, 기술 중시, 위기의식, 핵심인재라는 6가지 신화가 있다”며 “이 가운데 핵심인재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 기준 반도체 분야에서 석·박사 인력이 500명 정도 배출됐다”며 “향후 5년내 2500명이라는 의미인데 이 기간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인력 수요는 4만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력 양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며 특히 석박사뿐만 아니라 학사 및 전문학사에 대해서도 여러 프로그램을 통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종찬 전자부품연구원 본부장은 “스마트폰 등장이라는 큰 변화 이후 반도체 시장은 부잣집에서 우등생이 나오는 구조가 됐다”며 “정부 R&D 예산 지원도 최근 몇년새 적극성이 떨어지면서 산업 전반의 분위기가 다운되고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 본부장은 최근 부상하고 있는 사물인터넷(IoT)이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IoT는 게임의 룰을 다시 한번 바꿀 것”이라며 “이에 대한 정부 R&D 지원은 반도체 업계의 활력을 살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관련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측은 신중한 태도를 굽히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김정화 산업통상자원부 전자부품과장은 “중국의 추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지만 정답이 없는 것 같다”며 “제도와 정책을 제때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할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그러나 “예산 문제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규모에서 중국에 비교가 안 될 것”이라며 “규모에 연연하기보다 적은 돈이라도 어떻게 잘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영준 서울대 교수는 “결국 예산과 인력과 환경, 세제, 국민여론 지지 등이 모두 뒷받침돼야 한다”며 “외부에서 찾아온 위기를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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