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12일 신용대출 금리를 0.45%포인트(p) 인하하며 금리 조정에 나섰다. 이에 국민은행의 기준 신용대출 금리(금융채 6개월 기준)는 연 4.90~5.80%에서 연 4.45~5.35%로 하락했다. 이번 조정으로 금리 상단은 5대 은행 가운데 최저 수준이 됐다. 금융채 12개월 기준 신용대출 금리는 연 4.36~5.26%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 양상 속에서 신용대출 잔액 급감 추세가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3조 6851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 7760억원 줄었다. 2021년 12월 이후 지난해 10월 한 달을 제외하고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신용대출 감소세를 국민은행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1월 32조원대에서 지난달 28조 5000억원대로 1년여 만에 약 3조 5000억원이 줄어들었다. 국민은행 측은 “신용대출 실적이 오랫동안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대출 적정 포트폴리오 유지를 위해 금리 경쟁력 강화 조치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실적 1위를 기록하며 ‘리딩뱅크’를 수성했으나 올해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특히 홍콩H지수 ELS 배상 문제는 실적 경쟁의 최대 변수다. H지수 ELS는 은행 판매 규모만 15조 4000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이 중 국민은행의 판매 규모는 8조원에 이른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투자자 손실률 50%, 손실 배상비율 40%’로 단순 가정해 은행별 상반기 예상 배상액을 산출한 결과 국민은행이 약 1조원으로 가장 많았다. 가장 판매액이 적은 우리은행의 예상 배상액 50억원과 비교하면 200배 차이가 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맞춰 국민은행이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조절하는 대신 신용대출 공급을 늘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ELS 배상 규모가 가장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실적 관리가 여러모로 부담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은행은 최근 100억원대 부당대출이 발생하는 등 거듭되는 악재에 놓였다. 국민은행 및 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 모 영업점에서는 대출을 내주는 과정에서 상가 매입가가 아닌 분양가로 담보 가치를 산정한 사실이 적발돼 금융감독원이 수시 검사에 착수했다. 향후 횡령·배임 등의 여부는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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