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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은 이날 오전 이 총경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박 경무관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경정)을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총경은 핼러윈 기간 경찰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안전대책 보고에도 기동대 투입 등 사전 조치를 하지 않고, 참사를 인지하고도 이후에 적절한 구호조치를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 그는 참사가 발생한 지 50분 뒤에서야 현장에 도착해 늑장 대응한 혐의(직무유기)로도 입건됐는데 특수본은 관련 혐의 소명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에서 제외했다.
참사 초기 경찰 책임자로 현장을 지휘한 송 경정은 참사 직전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신고에도 현장 파악을 소홀히 해 차도로 내려온 인파를 오히려 인도로 올려 밀집도를 높이는 등 적절한 안전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박 경무관은 참사 발생 이후 용산서를 비롯한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이 모인 메신저 대화방에서 “감찰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다. 김 경정은 핼러윈 때 이태원에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를 경고한 내부 정보보고서를 참사 뒤 부하직원을 시켜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 경찰 간부 4명은 두세 차례 진행된 특수본 피의자 소환조사에서 한결같이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혹여 피의자들이 입을 맞추거나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서 수사기관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신병확보에 나선 것이다. 구속은 법원의 혐의 인정을 확인받는 과정으로 특수본이 그만큼 관련 수사에서 확신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서부지검은 이를 검토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서부지법은 오는 5일 오전 10시30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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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뿐 아니라 구청·소방·교통 현장 관계자 총 17명을 무더기로 입건한 특수본은 조만간 다른 기관 주요 피의자에 대해서도 신병확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특수본 관계자는 “타 기관 주요 피의자들에 대해서도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관심은 특수본 수사가 ‘윗선’을 향할지 여부다.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특수본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책임자에 대해서는 단 한 차례도 소환조사를 하지 않았다. 수사 대상을 현장 실무자 위주로 광범위하게 넓혔지만, 정작 책임자로 올라가는 수사엔 별다른 진척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15명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참여연대는 이날 특수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수본 수사는 대부분 현장 실무진에 집중됐다”며 “‘윗선’과 ‘진짜 책임자’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하거나 피의자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특수본에 이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수사 촉구서를 제출했다. 참사가 발생하기 전 핼러윈 기간에 대규모 인파 운집에 대한 사전보고를 받고도 경비대를 배치하지 않았고, 참사 당일엔 압사사고 우려에 대한 보고를 받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직무유기)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사해달란 요구다. 특히 이 장관을 두곤 재난·안전 총괄자로서 책임이 특히 무겁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경질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