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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반쪼가리 자작’의 박성찬 극단 창작조직성찬파 연출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9회 이데일리문화대상’ 연극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무대에 오른 박성찬 연출은 “이태원 사고의 희생자분들과 유가족분들에게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보낸다”며 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연극은 누구 하나의 힘으로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뒤에 계신 우리 훌륭한 배우님들, 언제나 옆에서 힘이 돼주는 이사님, 작품이 더 빛날 수 있게 조명과 음악, 의상, 분장 등을 맡아주신 감독님들, 조연출 등 덕분에 이 작품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함께한 팀원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감히 제가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싶지만 지금 대학로를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더 훌륭하고 뛰어난 작품들이 공연되고 있고 준비되고 있다”며 “저희 창작조직 성찬파, 언제나 관객의 마음을 접수할 수 있도록 좋은 작품 계속 만들려 노력하겠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제9회 이데일리문화대상’ 연극부문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극단 창작조직성찬파 ‘반쪼가리 자작’은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이 원작으로 2017년 초연 이후 꾸준히 재공연돼왔다. 인간 내면 선악의 실체를 위트있게 들춰냈다는 호평을 받았고 지난 5월에는 제43회 서울연극제에서 대상 및 연출상, 관객 리뷰단 인기상을 수상하며 평단 및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서양 귀족의 작위 중 공작, 후작, 백작에 이어 네 번째 등급에 해당하는 ‘자작’의 이야기를 다뤘다. 젊은 영주 메다르노 자작은 전쟁에 입대했다가 포탄에 맞아 몸이 두 동강 난다. 의사들이 겨우 그의 육신 반쪽을 살리지만, 살아난 반쪽은 안타깝게도 ‘절대악’의 존재였다. 악만 남은 반쪽 육신의 공포 통치를 견디던 마을 사람들이 이에 익숙해질 무렵 없어진 줄 알았던 ‘착한’ 반쪽 육신이 마을에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심사위원단은 인형 등 독창적 오브제를 적재적소에 활용한 아이디어와 함께 우화적 구조, 무거운 소재를 다룬 한계를 극복한 연극적인 상상력, 이를 유연히 표현해낸 배우들의 연기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한편 극단 창작조직성찬파의 대표로 이번 작품을 맡은 박성찬 연출은 ‘반쪼가리 자작’의 연출 및 각색과 더불어 ‘루틴’, ‘누드왕’ 등 다양한 작품의 대본 및 연출과 무대디자인 등을 작업했다. 지난 2015년에는 연극 ‘시르릉 삐죽 할라뿡’의 연출을 맡아 김천 국제가족 연극제 은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시상식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애도의 의미를 담아 관객에게 추모 리본을 나눠주고 본 행사 시작 전 희생자를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부문별 시상 순서에서도 관객 환호 없이 공연예술인에 대한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시상식 현장 또한 안전 요원을 곳곳에 배치해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