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환경이 더 척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회사채와 은행 대출 등 자금조달에 따르는 비용 소요도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은 건설업종에서만 3조원 이상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 건설사들의 힘겨운 자금조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0일 이데일리 본드웹에 따르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내년 회사채 만기도래는 공모와 사모를 합쳐 3조원에 육박한다. 자금조달이 비교적 쉬운 ‘AA’급 이상 건설사를 제외한 ‘A’급 이하 건설사들의 회사채 만기규모도 1조6000억원에 이른다. 올해를 돌아보면 내년에도 건설사들이 회사채를 모두 차환 발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올해 건설사들은 만기도래한 약 2조원 규모 회사채의 절반 가량만 차환했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상환했다. 회사채시장에서 건설사를 외면하는 현상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같은 신용등급이라도 더 많은 금리를 주고 회사채를 발행해야 하거나 미매각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몇 년 계속된 건설사들의 해외 손실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고 국내 부동산이 회복세를 보였지만 새 정부 들어 부동산 규제 강도가 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한화건설이 해외에서 대규모 손실을 내며 건설사들의 해외 손실이 지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몇몇 ‘A’급 건설사들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거뒀지만 반짝 인기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 시기에 돌입하면 위험업종 회사채에 대한 관심이 식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10월 말부터는 건설사 회사채의 미매각이 계속됐다.
무엇보다 시장에서는 건설사들의 단기차입금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차입금 만기가 짧아지면 자칫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신용평가사 집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의 만기 1년 미만 단기성 차입금 비중은 60%에 이른다. 특히 ‘AA’급 이상 우량 건설사들의 단기차입금은 줄어드는데 ‘A’급 이하 건설사들의 단기차입금은 늘어나는 양극화가 발생하는 점이 문제로 손꼽힌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GS건설의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말 48%에서 올해 73%까지 치솟았고 한화건설의 단기차입금도 지난해말 71%에서 3분기 현재 81%로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은행의 대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회사채 시장을 떠나 다른 자금조달 방법을 찾는 건설사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3조원의 회사채 만기 외에도 운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금조달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태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건설사들의 단기성차입금 비중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시장조달이 어려운 건설사들의 최종 도피처는 은행과 PF 유동화로, 은행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