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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통화정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재정정책과 구조조정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예산심의권과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들 앞에 섰다. 그것도 경제통이 많은 국회 경제재정연구포럼의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서, 재정정책과 구조조정의 역할이 통화정책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포럼은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과 기획예산처 장관 출신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은 연구단체다.
이 총재가 이들 앞에서 이같이 언급한 건 국회의 역할론을 에둘러 주문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줄곧 재정정책과 구조조정의 중요성을 언급해오긴 했지만, 국회에서 한 건 다소 이례적이다. 그가 국회에서 강연한 것은 지난 2014년 9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 총재는 최근 저성장 저물가 현상에 대해 “잠재성장률 하락, 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것”이라고 했다. 통화정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재정정책과 구조조정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지속 가능한 국가채무 최대치와 현 국가의 채무 수준 차이로 추정한 재정 여력상 우리나라는 노르웨이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재정이 건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복지 수요가 증대되고 연금 제도가 성숙기에 진입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재정정책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아울러 “구조개혁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대단히 어렵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기 때문에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잠재 성장률을 높일 수 있도록 우리 경제의 비효율을 걷어내고, 성장을 이끌고 고용하는 주체인 기업이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