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국가 '버추얼 빅테크' 생태계 구축해야…AI 거버넌스 가동必"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소연 기자I 2025.12.17 12:13:33

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 가이드라인 제시
AI 강국 도약하려면…중장기 생태계 구축해야
메모리 외 나머지 취약…역량결집 거버넌스 必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국가 단위의 버추얼 빅테크(Virtual Big Tech) 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인공지능(AI) 강국으로 도약해야 합니다. AI 산업 생태계 구축과 소버린 AI 플랫폼 구축이 한국 AI 반도체의 핵심 목표입니다.”

안현 SK하이닉스(000660) 사장은 1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안 사장은 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반도체특위에서는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정책적 제언, 현실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연구를 지난 1년간 이어왔다.

AI반도체 연 23% 성장…“과거 방식으론 안 돼”

안 사장은 ‘한국의 AI 반도체 목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한국은 메모리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나머지 분야에서는 캐파(생산능력)나 규모가 안 돼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생태계 내 다양한 기술·사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분절돼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글로벌 빅테크가 AI 버추얼 전체를 주도하고 있고, 중국은 정부 주도로 강력하게 기술과 사업을 연결하고 있다. 한국은 AI 생태계 내 다양한 기술과 사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계층적으로 분리돼 각개약진 중이라고 안 사장은 진단했다. 안 사장은 “AI 산업·클라우드 인프라·서비스·소프트웨어(SW)·하드웨어(HW) 등이 한 축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개발 방향을 잡기 어렵고 산업 경쟁력도 확보하기 힘들다”며 “정부가 주도하고 AI 산업의 연합·통합 운영을 통해 국가 단위 버추얼 빅테크 생태계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노력이 실현되는 장은 AI 데이터센터 실증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메모리, 시스템반도체, 패키징 등 HW에서 시작해 전체 버티컬 AI 생태계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안 사장은 “과거 방식으로는 안 된다”며 “중국 베이징인공지능연구소(BAAI)를 벤치마킹 삼아 절박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위기의식을 보였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설립한 BAAI에서 정부와 베이징시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혁신 기업들이 함께 하고 있다. 생태계 조성, 인재 육성, 기업 지원 등을 모두 추진하고 있다.

안현 SK하이닉스 사장은 1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포럼’에서 ‘한국의 AI 반도체 목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림원)
또 다른 목표로는 소버린AI 플랫폼 구축을 꼽았다. 안 사장은 “버티컬AI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 이후에는 국방, 에너지, 보건의료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된 분야에서 자체적인 AI 기술과 사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AI 반도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반도체특위 공동위원장이자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활동 중인 이혁재 서울대 교수(반도체특위 위원장)는 “현재 미국이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중국이 맹추격하고 있다. 한국은 메모리 분야를 제외하면 상용화 경험과 생태계 인프라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AI 반도체는 단순한 기술 부품을 넘어 미래 산업을 좌우할 전략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I 반도체가 AI 시대의 두뇌 역할을 하는 만큼 기술 선도 여부가 국가와 기업의 운명을 가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 반도체의 경제·안보적 가치는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AI 반도체 시장은 10년간 연평균 23% 성장하며 지난해 890억달러에서 오는 2035년 7750억 달러(약 1144조원)까지 9배 이상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혁재 서울대 교수는 1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포럼’에서 AI 반도체의 중요성 및 개발동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림원)
거버넌스 구축·R&D 기술원 설립 등 촉구

이날 포럼에서는 범국가적으로 AI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거버넌스인 ‘대통령 산하 AI 반도체 육성위원회’ 운영을 제안했다. 특히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반도체특별법에는 대통령 소속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위’ 설치도 담겨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법이 본회의 통과한 후 위원회에서 국가적인 거버넌스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반도체특위는 또 공공과 민간의 연구 역량을 결집할 ‘AI반도체기술원’ 설립도 촉구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정부 출연 연구원에 AI 관련 연구력이 분산돼 있다”며 “정부와 이해관계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AI 반도체 기술원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은 빠르게 개발되고 기술 표준·글로벌 규범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며 AI 반도체 기술원이 산업 전반적인 기술개발·표준 주도·글로벌 공동규범 대응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AI 인재 양성을 위해 ‘Doctor of Chip(DoC)’ 제도를 신설하고, 반도체 연구자에 대한 파격적인 보상과 병역 특례 확대 등 ‘연구 동기 제고’를 위한 법적·제도적 패키지 개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제조·설계·서비스를 연결하는 ‘AI 통합 생태계’ 구축 △공공분야(국방·전력 등) 전용 도메인 AI 반도체 개발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상용화 지원도 핵심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이정배 삼성전자 상담역은 “한국의 AI 반도체 생태계는 취약한 상황”이라며 “이를 직시하고 중장기 계획을 통해 실행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3년, 5년 안에 되지 않는다”며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집중해서 지속적으로 나아가는 로드맵이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17일 서울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AI 반도체 강국도약 가이드라인’을 주제로 ‘반도체특별위원회 포럼’을 개최했다.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림원)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