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된 딸이지만 하루라도 더"...폭행한 20대는 또 6년형

박지혜 기자I 2024.12.18 15:58:27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중학교 동창생을 폭행해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게 한 20대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 양진수 부장판사는 18일 중상해 혐의로 기소된 A(20)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선고했다.

중학교 동창생의 폭행으로 ‘식물인간’이 된 20대 여성 (사진=온라인)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당시 19세에 불과했던 피해자는 자신의 인생을 펼쳐볼 기회도 얻지 못하고 허무하게 병상에 누워 있어야 하는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며 “이는 중상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 중 가장 무거운 유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부모는 혹시라도 딸을 잃을까 봐 매일 극도의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면서 참담한 삶을 살고 있다”며 “피고인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나서야 반성문을 여러 차례 낸 점으로 미뤄 반성과 사과의 진정성을 믿기 어렵고, 설사 믿는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와 그 가족이 겪은 크나큰 고통에 비할 바는 아니다”라고 꾸짖었다.

A씨는 지난해 2월 6일 부산시 한 호텔에서 중학교 동창인 B(20)씨를 폭행해 뇌사 상태에 빠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B씨 어머니가 온라인에 ‘저희 딸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도와주세요’라고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B씨 어머니는 폭행 당시 상황에 대해 “저희 딸과 여자친구의 말다툼에 가해자(A씨)가 갑자기 끼어들어 심한 욕설을 하자 저희 딸이 ‘왜 욕을 하느냐’고 따지며 큰 싸움이 시작됐다고 한다”며 “(몸무게) 44㎏의 연약한 여자를 (키) 178cm의 건장한 남자가 한 번도 아닌 두 번을 머리를 가격해 날아가듯이 옆 탁자에 경추를 부딪히며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A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사건에 대한 양형 조사를 통해 피고인에게 엄정한 형이 선고될 수 있게 하겠다”며 구형 상향을 검토, 다시 징역 8년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5월 “이 사건 이후 1년 3개월이 지났는데 피해자와 그 부모에게 진심으로 사죄했다면 피고인은 매달 노동을 통해 피해자의 치료비를 지원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피고인은 그동안 피해복구 노력조차 시도하지 않았다”고 질타하면서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과 A씨는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B씨 어머니는 “앞으로 살 수 있는 날이 3∼5년 남았다는 저희 딸은 현재까지도 깨어나지 못하고 사지마비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다”며 “저희 딸이 잘못되면 피고인은 살인자가 돼 더 높은 형량을 받겠지만, 저는 제가 지금 죽더라도 우리 딸을 하루라도 더 만지고 보고 싶다”면서 울먹였다.

방청석에 있던 B씨 아버지도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리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저는 저 피고인을 용서할 수 없다”며 “피고인이 아무리 엄중한 형을 받더라도 시한부 딸을 보는 부모보다는 마음이 편할 것이다. 10년도 모자라니 부디 최고형을 선고해달라”고 말했다.

A씨는 1심 선고 직전 B씨 어머니와 3000만 원에 합의를 시도했으나 거절당하자 이를 형사 공탁하기도 했다. B씨 측은 공탁금 수령을 거부했다.

B씨 변호인은 A씨의 혐의를 중상해가 아닌 살인미수 또는 상습 특수중상해로 변경해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냈다.

B씨 측은 “피고인은 피해자 부모에게 사과 한 번 하지 않았고 주변에 ‘1∼2년만 살고 나오면 된다’, ‘아버지가 변호사 써서 도와줄 것이다’라고 떠벌렸다”며 “피고인의 이러한 태도에 분개해 친구들조차 재판부에 엄벌 탄원서를 냈다”고 주장했다.

법리 검토를 통해 공소장 변경을 거친 검찰은 지난달 20일 A씨의 상습특수 중상해 혐의 항소심 공판에서 징역 17년으로 구형량을 대폭 상향했다.

A씨가 과거 여러 차례 폭행과 상해를 저질러 소년보호처분과 벌금형을 받았었고, 이번 범행 당시 방 안에 탁자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B씨를 그쪽으로 밀쳤으므로 범행의 상습·특수성이 있다는 취지였다.

검찰은 “피해자가 사실상 사망에 준하는 상태에 있는 만큼, 피고인의 범행 결과는 매우 중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A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2018년 상해죄를 저질렀으나 이후 범행은 모두 단순한 폭행이었다”며 “이들 폭행 또한 주변에서 바라거나 상대방에 의해 유발된 것인데 이를 상습적이라고 인정해서는 안 된다”면서 범행의 상습·특수성을 부인했다.

또 “법적으로 ‘특수’라는 개념도 움직일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범행했을 때 성립하는데, 이 사건은 (피해자가 부딪힌) 탁자가 그곳에 우연히 있었던 것이지 피고인이 그것을 움직였다거나 휴대·소지해 가격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제가 수감 중이라 피해자에 대한 피해 복구를 못 하고 있지만, 사회에 나가게 되면 꼭 회복을 돕고 싶다”며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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