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정동 달개비에서 열린 제18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는 보건복지부는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 임강섭 간호정책과장, 정성훈 보험급여과장, 강준 의료보장혁신과장이 참석하였고, 대한의사협회는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 김종구 전라북도의사회 회장, 이승주 충청남도의사회 대의원회 의장, 박형욱 대한의학회 법제이사, 서정성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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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현안협의체 대한의사협회(의협) 측 제2기 협상단장을 맡은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의장은 “전날 핵폭탄을 날리셔서 협상단 입지를 굉장히 좁게 만들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이어 “필수의료 지역의료 정상화에 대해 충분히 논의 후 국민건강을 위해 (의대증원의 경우) ‘0’이라는 숫자에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기로 했는데 (지난주 만남 후) 일주일도 안 돼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며 “(이번 조사는) 고양이한테 생선이 몇 마리 필요하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양동호 협상단장은 “의료계는 격양된 분위기”라며 “이번 주 일요일(26일) 의대정원 확대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임원 연석회의’를 할 거다. 지금에라도 시장에서 물건 흥정하듯이 하지 말고 국민건강을 위해 어떻게 가는 게 올바른지 ‘0’이라는 숫자에서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 대표로 자리에 나선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도 “이제 막 첫발 뗀 상황에서 총파업과 강경투쟁 언급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부드럽게 맞섰다. 이어 “국민이 진료실과 응급실, 수술실에서 나와 가족의 생명을 믿고 맡겼던 의사들이 언제 다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해서 실력행사에 나설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걱정하는 일이 더 이상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4시 정각이 되자 회의는 모두발언으로 시작했다.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의사 부족으로 진료실 문을 닫는 의료 현장의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고, 의사 인력 확충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귀담아서 들어야 한다”며 “내가 일하는 병원의 인력은 부족하고, 수억원의 연봉으로도 의사를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하면서도, 의사를 길러 내는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은 반대하는 모순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양동호 의협 협상단장은 “(의대증원 관련 수요조사 발표 이후) 의료계는 큰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며 “정부는 의사협회를 필수·지역의료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공식 협상자로 생각하나? 협상과 협의회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더이상 여기에 앉아 있을 수 없다”고 말하며 정부와 평행선을 달렸다.
이어 “정부에서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와 합의 없이 의대 정원 정책을 밀어붙이고, 이를 위해 비과학적이고 편파적인 수요조사 결과를 활용한다면, 이는 의정합의를 무참히 파기하고, 정부에 대한 의료계의 신뢰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의료계는 최후의 수단을 동반한 강경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향후 발생하게 될 우리나라 필수 의료 지역 의료의 붕괴와 의료 공백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오롯이 정부에 있다”고 경고했다.
양측의 모두발언이 끝나자 취재기자 등은 모두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10여분만에 의협측 협상단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은 오는 26일 서울에서 의대정원 확대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임원 연석회의’를 개최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의료현안협의체를 계속할지, 파업 일정은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 단장은 “장기적으로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면 현재 국민이 불편을 겪더라도 (파업을) 강행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의료계 내부에 많다”고 전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17차례에 걸쳐 대한의사협회와 의료현안협의체를 개최하여 필수·지역의료 살리기 및 의사인력 확충을 위해 다각도로 논의해 왔음에도 의협이 충분한 논의 없이 퇴장한 점에 대해 유감”이라면서도 “앞으로도 의협과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 패키지 마련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사인력 확충 방안에 대하여 계속 논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