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4.7조 줄어든 가계대출…4월엔?

이명철 기자I 2023.04.03 17:00:58

가계대출 역대 최대 감소…상환 늘고 신규 줄고
정기예·적금도 감소세 지속…수시입출금은 증가
금리 내리니, 부동산 ‘꿈틀’…4월 신규대출 늘듯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계속되는 고금리 국면에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이 15개월 연속 감소했다. 원리금 부담에 기존 대출을 상환하는 것은 물론 신규 대출도 늘지 않는 탓이다. 다만 최근 대출금리가 빠르게 떨어지고 부동산 시장 심리도 개선되는 모습이어서 주택담보대출 등이 증가세로 전환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2월 반짝 증가했던 예·적금 등 수신금은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가계대출 15개월째 줄어…주담대도 2개월↓

3일 금융권에 따르면 3월말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80조7661억원으로 전월대비 4조6845억원 줄었다. 지난해 1월부터 15개월째 감소세다. 줄어든 금액도 1월 3조8858억원, 2조 3조1972억원에 이어 역대 최대 규모다.

가계대출이 줄어든 이유는 워낙 금리가 높은 상황인데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여서 주담대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담대 잔액도 전월보다 1조5537억원 감소한 511조2320억원으로 2개월 연속 줄었다.

최근 1년여간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서민들은 이자 상환 부담에 시달려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의 평균 가계대출 금리(잔액 기준)는 2021년 3.01%에서 지난해 4.66%까지 올랐다. 올해 2월 기준(4.95%)으로는 5%에 육박한다.

예를 들어 2021년 연 3.01%에 3억원을 20년 원리금 균등 상환 방식으로 주담대를 받은 고객이 있다면 당시 총대출이자는 약 9967만원, 한달 상환금 167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1년 후 4.66%를 적용할 경우 총대출이자 1억6175만원, 한 달 상환금 192만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대출이자 부담이 실제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전세자금 대출 잔액도 126조6138억원으로 전월대비 1조9014억원 줄어 6개월째 감소했다. 신용대출 잔액(110조9402억원) 역시 같은기간 2조5463억원 줄면서 16개월 감소를 이어갔다.

가계대출과 비교해 기업대출(대기업+중기) 잔액은 714조6749억원으로 전월대비 3조7513억원 늘어 증가세를 지속했다. 대기업대출 잔액이 112조2861억원, 중소기업 대출 잔액 602조3888억원으로 같은기간 각각 1조2303억원, 2조5210억원 늘었다. 총대출 잔액은 1414조8253억원으로 전월대비 1조3284억원 줄었다. 이는 올해 1월 이후 3개월 연속 감소세다.

◇SVB 사태 등 영향, 일시적 유동성만 유입

5대 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1871조5370억원으로 전월보다 18조2675억원 감소했다. 2월말에는 기업들의 유동성 증가 영향으로 반짝 증가했지만 2개월만에 다시 감소 전환했다.

정기예금은 805조3384억원, 정기적금 37조908억원으로 전월대비 각각 10조3622억원, 2312억원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잇따라 높게 책정하면서 돈이 몰렸으나 이후 대출금리에 비해 더 빠르게 내려가면서 빠져나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598조2682억원으로 전월대비 8조5435억원 늘어 2개월째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에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 요구불예금이 늘어나는 분위기”라며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은행에 대한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보다 안정적인 시중은행으로 자금이 이동한 영향도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가계대출 감소세가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의 압박 등 여론에 밀려 대출금리가 하락하고 있고 대출 규제 및 세제 완화 등으로 주택 매매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는 연 3.695~5.94%로 최저 3%대다. 주담대 변동금리 역시 연 4.18~6.22%로 최고 연 8%를 넘던 올해초보다 크게 내린 상태다.

15억원 초과 고가주택 주담대 허용과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최근 공시지가 하락이 맞물리며 2월 20대 이하와 30대의 아파트 매입 비중은 31.96%로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어 기준금리가 하락할지는 미지수”라면서도 “최근 대출금리 하락과 부동산 매수 심리가 회복 등을 감안하면 주담대가 다시 늘어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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