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생님은 자유롭게 필요한 과목을 공부하라고 했지만 어떤 경우엔 자신이 맡은 과목만 공부하도록 시켰다.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 걸 허용하는 교사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쪽도 있었다. 또 친구와 토론하며 공부하라는 쪽도, 홀로 조용히 공부하라고만 하는 쪽도 있었다. 자율학습 형태가 이처럼 모두 제각각인 것은 교사들마다 `자율`에 대한 생각과 허용 범위가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정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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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정부의 플랫폼 정책은 `자율규제`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만약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만 도입하자는 계획이다. 앞선 문재인 정부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및 플랫폼 심사지침 제정, 전자상거래법 개정 등을 통해 플랫폼을 규율하려 준비했던 공정거래위원회는 새 정부의 자율규제 기조에 원점부터 다시 고민하는 분위기다.
자율규제를 위한 순서는 먼저 플랫폼, 입점업체, 소비자 모두가 만족하진 못해도 수긍할 수 있는 이익 균형점을 찾는 것일 터다. 언뜻 봐도 쉽지 않다. 이익 균형점을 도출해도 이를 이행하기 위해 어떤 수단과 정책을 사용할 것인지를 정하는 데도 긴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답 없는 자율규제이기에 이미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토론회가 열리고 있으며, 학계에 관련한 연구용역 의뢰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플랫폼 기업이 원하는 자율규제는 `일단 놔둬라`는 식이다. 지난 3월28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윤석열 정부 온라인플랫폼 자율규제 도입방안 토론회`에서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현행 법으로도 플랫폼 규제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며 “윤 정부가 ICT 플랫폼 기업이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한다면,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고 했다. 사전규제가 아닌 사후규제를 기본으로, 플랫폼 기업이 잘못했을 때 제재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다.
반면 소상공인·시민단체는 여전히 강력한 규제를 원한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온플법 임시국회 처리 촉구 기자회견`에서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플랫폼의) 불공정행위와 시장 독점 행위를 방치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라며 “많은 가맹점·대리점이 갑을 관계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힘들게 버텨나가고 있는데, 플랫폼은 고스란히 이러한 방식을 되풀이하면서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단 하나의 규제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비난했다. 현재와 같은 대립 속에서는 플랫폼-입점업체 이익 균형점을 찾는 과정부터 어그러질 가능성이 크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자율규제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당선자는 플랫폼 기업에 대해 자율규제 원칙을 말하지만, 자율이라는 말과 규제라는 말이 함께 쓰이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마치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말과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자율규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각 주체의 이해와 배려가 모두 필요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플랫폼 기업의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자율학습 시간에 학습 주체인 학생의 집중도에 따라 성취도가 달라지듯 규제 주체인 플랫폼이 얼마나 진정성과 적극성을 갖고 임하느냐에 성공적인 정책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율규제는 윤석열 대통령을 뽑은 국민이 플랫폼 기업에 준 큰 기회다. 만약 플랫폼이 국민이 준 자율규제 기회를 놓친다면 훨씬 강력한 제재가 도입될지 모른다. 자율학습 시간에 떠들고 공부하지 않는 학생에게 다시 똑같은 기회를 줄 교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