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국익"…첫 외교장관 `미국통` 박진, 외교 새 판 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장관 후보자 및 비서실장을 발표했다. 사진은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내정된 박진 의원. (사진=대통령 당선인실)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윤석열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미국통` 박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명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와 달리 한미동맹을 축으로 하는 전략적 확실성이라는 외교 기조로 급선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박 의원을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외교 현장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우리 외교를 정상화하고,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연대를 다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거듭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소개했다.

박 후보자는 서울대 법대 재학 중 만 20살에 외무고시에 합격한 뒤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93년 김영삼 정부 청와대 비서관으로 발탁, 김 전 대통령의 통역을 담당하기도 했다. 정계에 입문한 뒤에는 국회 한국의원외교포럼 회장, 한·미의원외교협의회 부회장, 국제민주연합 부의장,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외교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지내던 박 후보자는 국회 한·미 의원 외교협회 단장으로 미 국회의사당을 방문했을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당시 외교위원장)과 만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한미정책협의대표단 단장인 국민의힘 박진 의원 등이 지난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로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의원이 외교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향후 외교정책에도 변화가 예고된다. 그간 문재인 정부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으로 대표되는 ‘전략적 모호성’을 주요 외교 전략으로 삼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포괄적 한미동맹’을 내세우면서 미국을 외교 중심 축으로 삼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박 후보자 역시 윤 당선인과 같은 외교 기조를 내비쳤다. 박 후보자는 최근 한미동맹재단 뉴스레터에 기고한 글에서 “(미중 간)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애매모호한 자세는 동맹의 신뢰를 손상시킨다”며 “중국을 정확히 바라보고 냉철하게 실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현 정부가 미중 전략경쟁 구도에서 양 측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으려는 균형외교를 추구해 왔지만, 이는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는 훼손하고 중국은 저(低)자세로 대하는 결과만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박 후보자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실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엄중한 시기에 외교부 장관 지명을 받게 돼 막중한 사명감을 느낀다”며 “북한의 도발,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사태, 글로벌 공급망, 경제안보 현안, 코로나 팬데믹, 기후변화 등 윤석열 정부 앞에 놓인 외교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외교안보 문제는 당리당략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오랜 소신”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라는 비전을 국민 여러분께 약속했다. 국익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글로벌 외교의 지평을 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