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전개돼 시니어(고령층) 소외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이 이들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고령층이 금융 앱을 친숙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이들을 위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앱 화면서부터 글자까지”…시니어 공략 나선 은행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인터넷은행, 저축은행 등이 시니어 세대를 위한 금융 앱 서비스 고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모바일 뱅킹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시니어 세대를 위한 앱 화면 서비스를 선보였다. 즉시이체와 ATM 출금, 중요한 금융일정 알림 기능 등을 앱 화면 전면에 배치해 접근성을 높였다. 금융일정은 터치 한 번으로 필요한 금융 업무로 바로 연결돼 쉽게 사용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9월 모바일뱅킹 앱인 아이원뱅크 메인화면을 새 단장 했다. 특히 주요 거래 화면에 ‘큰 글씨 모드’ 버튼을 추가해 고령층 고객에 대한 편의성을 높였다. 입출금 알림과 상품제안 등 고객 맞춤형 메시지 기능도 강화했다. 신한은행은 시니어를 위한 모바일 사용설명서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배포했다. 총 3편으로 구성된 모바일 설명서는 앱 회원 가입과 로그인을 비롯해 금액 이체하기, 큰 글씨체 변경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카카오뱅크가 앱 안에 ‘고령자 전용 전화 상담서비스’를 별도로 두고 운영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전문 금융상담 직원이 시니어 고객의 동의가 있을 경우 원격으로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도와주고 있다. 토스는 자회사 토스CX를 통해 시니어 사용자를 돕는 인원 10명이 배치돼 있다.
저축은행업계에선 79개 저축은행을 대표하는 저축은행중앙회가 공용 모바일뱅킹인 SB톡톡플러스에 큰 글씨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시니어 거래 고객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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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기존 금융 앱의 주 타깃 층인 MZ(20·30대)세대 외에 시니어 고객층 공략에 나선 건 자산을 가진 65세 이상의 고령층 증가와 함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점포 급감 등 요소가 맞물린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점포 수는 올해 6월 기준 2828곳으로, 지난해 말 기준 2916곳과 비교하면 88곳이 줄였다. 점포 수는 2018년 3086곳과 2019년 3031곳에서 갈수록 줄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지점 수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남아 있는 지점들은 고객으로 붐빌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고령층의 앱 이용을 유도하는 것은 필수”라고 밝혔다.
여기에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이들을 위한 시장을 선점하려는 성격도 있다. 통계청이 지난 9월 발표한 ‘2021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전체의 16.5%로 조사됐다. 이 비율은 2025년 20.3%에 이르러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기준 가구주 연령이 65세 이상인 고령자 가구는 전체 가구의 23.7%이다. 2047년에는 전체 가구의 약 절반(49.6%)이 고령자 가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군다나 시니어 세대는 MZ세대보다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앱 활성화가 곧 각종 금융 상품의 가입 등으로 이어져 수익 창출로도 연결될 수 있다. 실제 통계청이 올해 3월 낸 ‘2020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50대가 순자산 4억987만원으로 연령대별 1위를 차지했다. 이어 60대 이상이 3억7422만원, 40대가 3억7359만원, 30대가 2억385만원, 30세 미만이 7241만원을 기록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고령층이 앱을 친숙하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후에 금융상품에 직접 가입하거나 투자하는 등 서비스로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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