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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금법 시행령 입법예고…가상자산 업체 운명, 은행이 좌우

이후섭 기자I 2020.11.02 16:07:48

12월 14일까지 시행령 입법예고…실명확인 계좌 발급기준 주목
"금융사에 재량권 부여해 사업 불확실성 높아져…객관적 요건 필요"
"트레블 룰 기준금액 100만원도 빡빡해…세부내용 좀 살펴봐야"

(그래픽=이미지투제이 제공)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대한 시행령이 입법예고됐다. 가상자산 허가를 받기 위한 요건 중 핵심인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의 개시 기준을 둘러싸고 금융사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트레블 룰`에 대한 유예기간이 1년 주어진 점은 환영할만 하나, 가상자산 이전시 100만원 이상 금액에 대해서는 정보를 제공하도록 한 점에 대해서는 빡빡한 기준이라는 불멘소리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3일부터 12월 14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2일 밝혔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가상자산사업자 및 가상자산의 범위, 신고 서류 및 절차,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의 개시 기준, 가상자산 이전시 정보제공 대상·기준 등의 사항이 규정돼 있다.

업계에서는 시행령에서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의 개시 기준에 주목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원화 거래를 지원하며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반드시 확보해야만 한다. 이와 관련 시행령에서는 △고객 예치금 분리보관 △ISMS 인증 획득 △신고 불수리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것 △고객 관리내역 분리관리 요건 등을 두고 있다.

문제는 5번째 요건인 △금융사 등이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발급시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금세탁방지 이행 현황을 확인하도록 한 점이다. 금융위는 금융사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한 것이 아니고, 금융사가 고객과의 금융거래 등에 내재된 자금세탁행위 위험을 식별, 분석, 평가하도록 한 특금법상 고객확인 의무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담긴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의 개시 기준(자료=금융위원회)
하지만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금융사, 특히 은행에게 가상자산 사업자를 평가하게 함으로써 사업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해진 기준을 충족하기만 하면 계좌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은행에게 재량권을 준 셈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큰 비용을 들여 자금세탁방지(AML) 및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구축했다고 하더라도 자금세탁행위를 운영하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은행이 판단하면, 실명계정 개시를 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며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개시 기준으로 은행의 `주관적 요건`이 아니라 금융 당국에서 `객관적 요건`을 명시해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가뜩이나 특금법이 시행되면 가상자산 업계를 기존의 금융권이 흡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한국블록체인학회장인 박수용 서강대학교 교수는 “스타트업 등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모든 규제를 맞출 수 있는 곳이 많이 않아 기존의 금융권이 다 흡수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가 가상자산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시각에 대한 부담으로 장벽은 높아지면서 사업에 뛰어들 업체는 적어지고, 자치 가상자산 시장이 더 위축될 여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시행령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가상자산을 이전할 때 송신을 담당하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이전 관련 정보를 수취인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트레블 룰)가 부과되는데, 규제 적용 시기를 2022년 3월로 1년 늦춘 점이다. 가상자산 사업자간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하고, 솔루션을 도입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업계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상자산을 환산했을 때 100만원 상당 이상에 해당하는 가상자산의 이전에 대해 규정을 적용하기로 한 점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비교 기준이 없어 평가하기는 힘들겠지만, 금액으로만 봤을 때 100만원이면 웬만한 거래에 대해서는 정보를 모두 공유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트레블 룰이 1년 유예된 것은 시간을 번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좀 더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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