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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 아동 기부금 128억 '흥청망청'쓴 복지단체

김성훈 기자I 2017.08.11 19:26:37

결손가정 아동 돕겠다며 4만 9000명에 128억원 모금
해외 골프여행과 외제차 구입하는 등 호화생활 즐겨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상습사기·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부단체 새희망씨앗 회장 윤모(54)씨와 대표 김모(37·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요트 파티를 즐기는 기부단체 회원들의 모습 (사진=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불우 아동을 돕겠다며 128억원의 기부금을 받아 외제 차 구입과 해외여행 등에 사용한 복지단체 회장과 간부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상습사기·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복지단체 ‘새희망 씨앗’ 회장 윤 모(54)씨와 대표 김 모(37·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법인 관계자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윤 씨 등은 지난 2014년부터 현재까지 사단법인 복지단체와 교육 콘텐츠 판매 업체를 운영하며 4만 9000여명으로부터 받은 모금액 128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서울·인천 등 수도권 21개 지점에 콜센터를 운영하며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미래 꿈나무를 키울 수 있다’며 결손 가정 아동의 정기 후원을 요청했다. 기부자들은 이들에게 1인당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1600만원을 기부했으며 신용카드 할부 결제로도 기부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들은 거둬들인 전체 모금액 가운데 1.7% 수준인 2억 1000만원만 기부했다. 이마저도 현금이 아닌 인터넷 영어 강의 등을 볼 수 있는 회원 ID나 강의가 담긴 태블릿 PC를 헐값에 사들여 전달했다.

이들은 기부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속이려고 해당 홈페이지를 통해 후원하는 아동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거나 자신들이 기부금을 전달한 복지시설로부터 영수증을 허위로 받아 기부자들에게 발급해주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이렇게 챙긴 기부금을 21개 지점과 4:6의 비율로 나눠 갖은 뒤 △아파트 구매 △해외 골프 여행 △요트 여행 △고급 외제차 구입 등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각 지점에서 주도적으로 기부금을 모금해 챙긴 관계자들에 대한 추가 수사를 할 예정이다”며 “비영리 기관인 사단법인 설립 이후에도 단체를 감시하거나 검증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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