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건형(47)이 꼽은 뮤지컬 ‘시카고’의 매력이다. 라면처럼 대충 끓여서도 안 되고, 전기밥솥처럼 가만히 놔둬서도 안 되며, 물의 양과 불을 줄이고 끄는 시점을 정확히 맞춰야 하는 것처럼 디테일하게 신경 써야 하는 작품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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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는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살인을 저지른 두 여인 벨마 켈리와 록시 하트가 변호사 빌리 플린과 함께 사형 위기를 모면하고자 벌이는 소동을 블랙 코미디로 그린 작품이다. 1975년 브로드웨이 초연, 2000년 한국 초연한 고전 중의 고전이다. 2021년 공연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에도 관객 점유율 96%를 기록하며 흥행 기록을 새로 썼고, 3년 만에 다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박건형은 2021년 ‘시카고’의 흥행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이다. 그는 “이번 ‘시카고’는 지난 시즌보다 조금 더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시카고’는 오랜 세월 잘 짜인 틀이 있어요. 2021년 공연 때는 그 틀에 저를 맞춰야 해서 낯설었죠. 이제는 ‘시카고’가 어떤 작품인지 아니 조금 더 편해요. 잘 짜인 틀 안에 저를 맞추는 방법을 알게 됐으니까요.”
‘시카고’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빌리 역의 배우가 선보이는 ‘복화술’이다. 빌리가 록시를 변호하는 넘버 ‘위 보스 리치드 포 더 건’(We Both Reached For The Gun)에서 등장하는 복화술에 관객은 열광한다. 그러나 박건형은 빌리가 단순히 복화술만 보여주는 캐릭터가 아님을 강조했다.
“‘시카고’는 벨마와 록시의 이야기지만, 빌리가 이들의 이야기에 모두 관여해요. 빌리가 있기 때문에 벨마와 록시, 그리고 록시의 남편인 에이모스 등 다른 캐릭터들의 색깔이 선명해지죠. 그래서 무대에서 저보다 다른 배우가 더 큰 박수를 받는 게 기뻐요. 그만큼 제가 빌리로서 다른 배역을 더 잘 조명해준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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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악역에도 관심이 생겼다. 지난 9일 종영한 tvN 드라마 ‘플레이어2: 꾼들의 전쟁’에서 김윤기 역으로 악역을 처음 연기했다. 박건형은 “무대에선 착하고 정의로운 역할을 주로 하게 되는데, 악역을 해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었다”라며 “‘부캐’(부캐릭터)처럼 악역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무대는 인생이에요. 오늘 공연이 많은 박수를 받았다고 해서 내일 공연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죠. 하루는 내가 연기하는 인물에 더 가까이 다가간 것 같아서 기쁘지만, 다음 날에는 그렇지 않기도 해요. 그 기쁨을 찾기 위해 무대에서 계속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그 몸부림이 제게는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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