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는 전날 오후 경제단체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논란이 된 고발지침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취지의 뜻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간담회의 한 참석자는 “윗선에서 원안을 고수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전해왔다”며 “이후 공정위가 고발지침 개정안에 대해 재계 입장을 수용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로 바뀌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정위는 재계 의견을 수용한 제도 개선안을 다시 마련한 후, 다시 의견수렴 절차를 밟고 최종 지침을 내놓을 예정이다. 행정예고안 원안을 폐기하고 지침 대신 개별사건에 대한 위원회 심결에서 사익편취행위에 관여한 특수관계인은 ‘대법원의 판례 동향을 적극 반영’해 고발 여부를 판단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최근 대법원 판례를 보면 직접 증거 외에 간접·정황증거를 통해서도 특수관계인의 관여를 인정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달 19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의 위반행위의 고발에 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은 일감몰아주기 행위를 한 사업자를 고발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특수관계인도 고발 대상에 포함해 제재 범위를 확대했고, 법 위반 행위가 중대·명백하지 않아도 사회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고발할 수 있게 했다.
재계는 총수 일가를 비롯한 특수관계인까지 고발하도록 한 것은 상위법, 전속고발권 취지에 어긋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경제6단체는 “특수관계인 고발요건을 넓힌 것은 특수관계인이 사업자에게 사익편취를 지시하거나 관여해야 하고, 그 위반 정도가 객관적으로 중대·명백한 경우에만 고발하도록 규정한 공정거래법에 위배된다”며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이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리가 먼 상황에서 기업 경영환경을 더욱 불확실하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상위법인 공정거래법은 특수관계인이 사업자에게 ‘사익편취를 지시하거나 관여’해야 하고, 그 위반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하여 경쟁질서를 현저히 해치는 것이 인정돼야 고발 가능하다고 규정해 상위법과 하위 지침이 충돌한다는 의미다.
공정위는 뒤늦게 보도자료가 잘못 쓰여진데서 비롯된 오해라고 해명했다. 당시 공정위 보도자료에는 “중대한 사익편취행위에 특수관계인이 관여했다면 그 관여 정도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함이 마땅하므로 이를 ‘원칙 고발대상’으로 규정해 검찰 수사를 통해 특수관계인의 관여 정도를 명백히 밝힐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문구가 사익편취행위 사업자 고발 시 특수관계인도 무조건 고발하는 것으로 읽히면서 재계는 물론, 학계, 법조계에서도 비판이 나왔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지침은 공정위가 대법원의 최신 판례를 활용해 사익편취에 관여한 특수관계인의 고발을 엄격히 하겠다는 취지인데 ‘원칙적 고발’이라는 단어 등으로 인해 오해를 낳은 것 같다”면서 “지침은 법 위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상위법에서 규정한 법 위반 여부나 정도 등을 따지지 않고 고발조치를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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