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몸을 이끌고 퇴근한 직장인 이모(30)씨는 저녁을 먹기 위해 배달앱을 켰지만 음식점을 고르는 것부터 난감하다. 최소 주문금액이 낮은 곳은 배달비가 비싸고, 배달비가 낮은 곳을 선택하면 최소 주문금액이 높아 배달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20분간 고민하던 이씨는 파스타 배달에만 3만원을 소비했다. 그는 “평소에 배달을 자주 이용하는데 점점 배달비가 올라 알게 모르게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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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배달 플랫폼과 배달대행업체가 배달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의 근심이 깊어졌다. 수수료 인상에 자영업자가 음식값을 올리거나 소비자의 배달비 부담 비율을 늘릴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영향을 받고 있어서다. 비싼 배달비에 소비자들이 배달 이용을 줄이면 이는 자영업자에게 매출 피해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되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배달비 부담에 점차 음식을 배달시키는 횟수를 줄이게 된다고 말한다. 회사 근처에서 혼자 거주하는 심모(27)씨는 “배달비가 비싸서 가끔 주말에 밥해먹기 귀찮을 때만 배달 시키고, 거의 집에서 (밥을) 해먹는 편”이라며 “여기가 도심에서 떨어져 있어서 원래 배달비에 거리 추가 금액까지 또 내야 되니까 배보다 배꼽이 크더라. 기분전환용으로만 가끔 시키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김모(27)씨 또한 매번 음식을 시킬 때마다 배달비가 신경쓰인다. 김씨는 “조금 싸게 시키려고 보면 기존 배달비에 소액 주문비도 붙어서 최종금액이 더 비싸지더라”라며 “배달음식 몇 번 시켜 먹으면 몇만 원씩 금방 나가니까 지출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퇴근하는 길에 포장 주문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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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의 근심도 깊다. 물가 인상으로 재료비는 계속 오르는데 음식값을 올리면 배달 주문이 눈에 띄게 줄어 자영업자는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다.
관악구 신림동에서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50)씨는 “일단 배달이 들어오니까 음식을 보내긴 하는데 사실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재료비도 계속 오르고 있는데 최저시급도 올라 부담이 큰데 프랜차이즈라 제품 가격은 올리지도 못한다. 배달앱에서 지불하는 홍보비도 ‘고고익선’이라 경쟁이 붙어서 홍보 지출도 만만치 않다”고 걱정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새해 배달비 인상으로 손님이 줄었다며 하소연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업주들은 “배달비 오르고 음식값 올렸더니 주문이 없다. 가격을 안 올리면 마진이 너무 안 좋고, 올렸더니 눈에 띄게 주문 수가 줄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식자재, 부자재, 배달비까지 다 올라서 음식값을 올렸는데 주문이 정말 없네요”, “대행사 배달료 올라서 어쩔 수 없이 배달료 올렸는데 주문이 뚝 끊겼어요”라고 막막함을 드러냈다.
이에 배달 플랫폼은 작년에 진행하던 프로모션이 끝나 정상적으로 배달비가 적용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올해부터 라이더 등 플랫폼종사자 고용보험이 적용되고 최저임금도 올라 배달비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배달업체 관계자는 “라이더 고용보험처럼 기존에 안 들어가던 운영비가 올해부터 많이 들어가면서 일괄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며 “쿠팡이츠나 배달의민족 같은 대형 플랫폼은 프로모션도 많이 하고 있어서 대행업체는 라이더를 뺏기지 않기 위해 배달비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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