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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집값 1년새 13% 이상 폭등
25일(현지시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 지수(S&P Dow Jones Indices)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계절조정치)는 전년 동기대비 13.2% 급등했다. 미국 전역의 집값이 평균 13% 넘게 올랐다는 의미다. 2005년 12월(13.5%↑) 이후 15년 3개월 만의 최고치다.
이 지수는 칼 케이스 웰즐리대 교수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공동 개발한 것이다. S&P와 부동산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수 위원회가 관리를 맡고 있어 공신력이 높다.
케이스-실러 지수가 본격 급등세를 탄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지난해 12월 이후 전년 동기대비 상승률은 10.3%→11.2%→12.0%→13.2%로 4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집값 폭등기 수준에 근접한 것이다. 1988년 지수 산출 이후 역대 최대 오름 폭은 2005년 9월 14.5%였다.
애리조나주 피닉스가 전년 동기와 비교해 무려 20.0% 뛰며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19.1%), 워싱턴주 시애틀(18.3%), 매사추세츠주 보스턴(14.9%), 플로리다주 탬파(13.7%) 등 대부분 도시가 두 자릿수 이상 올랐다.
전월(2월)과 비교한 상승률의 경우 2.0%를 기록했다. 2013년 4월을 제외하면 역대 최고다. 특히 워싱턴주에 위치한 서북부 거점도시 시애틀의 집값은 한달 새 4.7% 폭등했다. 2월에도 2.8%로 높았는데, 이보다 훨씬 더 뛴 것이다. 집값 상승 속도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집값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수급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도심지 아파트를 피해 거점도시와 인접한 교외 주택으로 이주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도시 주변 주택가격이 급등했다.
뉴욕 맨해튼 출퇴근 거리에 있는 뉴저지 북동부에서 주로 활동하는 공인중개사 S씨는 “수리가 돼 있는 집들은 시가를 10만달러 이상(약 1억1000만원 이상) 높여도 문의가 계속 들어온다”며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풀린 엄청난 유동성 역시 한몫을 했다. 지난 20일 기준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3.00%다. 올해 초 2.6%까지 떨어졌다가 약간 오르긴 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말만 해도 3.7%대였다. 매물이 부족하고 금리가 낮아지면서 집값이 오르는 건 한국의 상황과 유사하다.
◇실러 “100년간 이런 폭등 못 봤다”
다른 주택지표들도 비슷하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4월 거래된 기존주택 기존주택 중위가격은 34만1600달러(약 3억8000만원)로 나타났다. 역대 최고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1% 급등했는데, 이 상승률 역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규주택 중위가격은 37만2400달러로 1년새 20.1% 폭등했다.
로런스 윤 NAR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장에 매물로 나온 집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주택 매매 건수는 감소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뜨겁다”고 했다.
다만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일각에서는 거품 우려가 부쩍 많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부동산 시장 과열과 흡사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지수를 공동 개발한 실러 교수는 최근 CNBC에 나와 “투자자들 사이에 서부개척 시대의 무법천지 같은 사고방식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주택시장의 거품 가능성에 대해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100년간 어떤 자료를 봐도 집값이 지금처럼 높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실러 교수는 “지금 집값은 거품이 나타났던 2003년과 비슷하다”며 “인플레이션 공포가 장기 자산의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악관까지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집값 상승은 주택시장 접근성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며 “주택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특히 적정 가격대의 신축 주택을 공급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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