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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삼계탕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대표적 전통음식으로 통한다. 역사적 기록과 수출을 위한 국제 상품분류만 놓고 봐도 한국 음식임이 분명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의견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조선 시대에 닭 요리는 닭백숙이 일반적이었으며, 일제강점기 부유층 사이에서 닭백숙에 가루 형태의 인삼을 넣은 요리가 나온 것으로 기록돼 있다. 삼계탕은 1960년대 이후 지금의 형태가 갖춰졌고 1970년대 이후 대중적 인기를 얻은 것으로 전한다.
닭을 주재료로 하는 삼계탕은 찹쌀과 인삼·대추·마늘 등 부재료를 넣어 황기를 달인 물에 푹 삶아 만든다. 영양학적으로 지방함량이 낮고 단백질이 풍부해 웰빙 음식으로 통한다. 한국에선 전 국민이 즐겨먹는 여름철 보양식이다.
또 한국은 국제 상품분류체계상 삼계탕(Samge-tang)을 ‘1602.32.1010’이란 HS코드를 붙여 관리하고 있다. HS코드는 상품을 수출할 때 관세율과 FTA(자유무역협정) 원산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즉, 전 세계에서는 이미 삼계탕의 원산지가 한국으로 통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삼계탕을 분류할 자국 기준조차 명확하지 않다.
수출 기록을 통해서도 삼계탕의 종주국이 우리나라인 점은 명확히 드러난다.
민간단체 수출연구단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삼계탕은 중국·일본·미국 등 10개국에 수출 중이다. 2019년 기준 한국 삼계탕의 총 수출액은 약 1100만달러(약 125억원)로, 이 중 일본은 309만달러, 중국 17만달러로 나타났다.
한국은 2016년부터 중국에 삼계탕을 정식 수출하고 있다. 당시 한국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삼계탕을 조리하는 장면이 방영되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다.
이 같은 사실이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알려지면서, 문화적 기원을 둘러싼 한·중 간 갈등이 극에 치닫고 있다. 최근 김치와 한복이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왜곡 논란도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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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대한 국민적 반감은 CJ제일제당(비비고), 대상(종가집·청정원), 풀무원 등 국산 김치 생산 기업으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김치를 중국 현지에서 판매할 때 파오차이로 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일부 격앙된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해당 식품업체들은 중국 식품안전국가표준(GB)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김치를 파오차이로 병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며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선조들이 입었던 한복(韓服)은 과거 중국 한(漢)족이 입었던 ‘한푸(漢服)’가 기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유튜버 시인(Shiyin)은 “한복은 한푸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혐오 발언이 역사를 바꿀 수는 없다”는 영상을 게재하면서 국민적 분노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바이두 측에 보낸 항의 메일을 통해 “삼계탕 설명에서 ‘중국의 오랜 광둥식 국물 요리로, 한국에 전해져’를 삭제하고, 정확한 정보를 중국 누리꾼들에게 알려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 연구팀은 이번 삼계탕 논란뿐 아니라 앞서 ‘김치는 중국에서 기원했다’고 기술한 바이두 측에 항의한 바 있다. 한국 대표 시인 윤동주의 국적을 ‘중국’, 민족을 ‘조선족’으로 표기한 부분에도 지속적인 항의를 하는 등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에 꾸준히 맞서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