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017800)터 중국 상하이 법인에서 일하던 A 부장(53)이 지난 7일 업무 도중 숨졌지만 유가족들이 장례조차 치를 수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 코로나19로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진데다 비행편을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여서다. 게다가 해외 근무는 산재 처리가 쉽지 않아 유족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1997년 현대엘리베이터에 입사한 A 부장은 지난해 2월부터 상하이 주재원으로 파견됐다. 지난 7일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중 호흡 곤란 등 증상을 보여 응급실로 이송됐고, 몇시간 후 결국 숨을 거뒀다. 아직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병원 측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추정하고 있다.
A부장의 부인인 B 씨는 16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최근 건강검진에서도 심장 쪽 문제는 전혀 없었고 지병도 없었다”며 업무상 스트레스가 사망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A부장이 지난해부터 상사의 욕설과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해 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A부장의 사망은 산재로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 파견을 가면서 산재 관련 보험 납입이 중단된 데다 해외 근무 중 사망은 산재 인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보험 약관에 따라 병원비를 실비 처리해주고, 원하면 일정 부분 보상금을 지급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우선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개인의 비자발급을 까다롭게 하고 있어 비자 발급부터 쉽지 않다. 비자를 발급 받더라도 당장 오가는 비행기 표를 구할 수 없다. 현재 인천~상하이 노선은 중국 동방항공만이 주 1회 운항하고 있다.
B씨는 “시신을 인계받으려면 가족이 직접 가야 한다는데 현재 상하이로 가는 가장 빠른 항공편이 10월말이다”며 “두 달 넘게 남편 시신을 방치할 순 없다.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비행편까지 해결하더라도 14일 간 격리를 면제받는 절차가 남아있다. 한국은 본인 및 배우자의 직계존비속·형제자매 장례식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자가격리를 면제하고 있지만, 중국은 격리면제 규정이 따로 없어 모두 ‘협의’를 거쳐야 한다.
지금까지 이같은 이유로 격리면제를 받은 경우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가족이 가지 못한다면 지인이 현지에서 대신 화장 절차를 밟아 유골을 전달받는 방법 밖에 없다.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유족 측이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고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산재보험 대신 별도로 해외 근무자들을 위해 가입했던 근로자 재해보험 적용도 알아봤지만 심혈관 질환은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지에서 상하이 총영사관을 통해 계속 자문을 구하고 있고, 비행편도 알아보고 있다”며 “현재 특별비자 발급은 가능하다고 답변 들었지만 14일 격리 면제가 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주중한국대사관 측 관계자는 “과거에도 국경 간 시신 인계가 어려웠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그 규정이 더욱 강화됐다”며 “만약 유가족이 격리면제를 신청한다면 어렵겠지만 지방정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