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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노동연구원 개원 31주년 기념 세미나 발제에서 “정년 연장은 고령화에 대한 효과적인 처방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 연구위원은 발제에서 “임금에 대한 고려 없는 ‘정년 60세 의무화’는 노동비용 상승을 통해 사업체의 고용을 오히려 감소시킨 것으로 통계적으로 나타났다”며 “저성장 고령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고용시스템 구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규정돼도 현실에서 주된 일자리 퇴직 평균 연령은 올해 기준 49.4세에 불과하다. 남 연구위원은 “법과 현실 간 괴리는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라며 “이러한 괴리를 메우기 위해 상산성과 임금 간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5월 조기퇴직자 수는 60만2000명으로 정년퇴직자 35만명보다 25만2000명 많다. 조기퇴직자는 55~64세 가운데 권고사직이나 명예퇴직, 정리해고를 사유로 오래 일한 일자리를 그만둔 사람을 뜻한다.
또 근속 시간이 길수록 임금을 많이 주는 연공급 임금체계는 급속한 고령화에서 조기퇴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공성이 강한 임금체계를 그대로 두고 정년을 추가 연장하면 비용 부담이 커진 기업이 조기 퇴직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남 연구위원은 “경직적인 임금체계에서 정년 연장은 조기 퇴직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연공급 임금체계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0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새롭게 65세가 되는 인구는 858만명에 달한다. 이들을 노동시장 밖에서 복지혜택만으로 감당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남 연구위원은 중고령자가 노동시장에서 근로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주된 직장에서 고용유지 노력 △직장 이탈시 효과적 재취업이 가능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박우성 경희대 교수 역시 “연공적 임금체계이 개선이나 혁신없이는 고령인력의 퇴출과 청년 실업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초고령 시대로의 진입을 바로 앞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연공성을 완화할 수 있는 임금체계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고용기간을 늘리고 싶다면 이를 가능하게 하는 임금체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