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에 지쳤다"…그리스 총선서 親기업·중도우파 신민당 승리

김은비 기자I 2019.07.08 17:22:22

중도우파 신민당…좌파 밀어내고 5년만에 정권 탈환
긴축 피로감 탓에…그리스 국민들 집권 좌파에 등돌려
신민당, 親기업·성장 강조하며 표심 끌어모아
총 158석 확보…과반 넘어 단독정부 구성 가능

그리스의 신임 총리 겸 신민주당 당대표인 키리아코스 미츠타키스가 7일(현지시간) 아테네에서 선거 공식 결과가 나온 후 당 본부 밖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AFP 제공]


[이데일리 김은비 인턴기자] 7일(현지시간) 실시된 그리스 총선에서 중도우파 신민주당(신민당)이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 시리자를 이기고 5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BBC와 CNN 등에 따르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대표가 이끄는 신민당은 이날 총 40%를 득표율을 기록해 28.5%의 표를 얻은 시리자를 누르고 승리했다. 미초타키스 대표는 선거에서 승리한 뒤 “구제금융 이후의 고통스러운 긴축 악순환은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어 자신이 총리에 오르게 되면 “(그리스는) 다시 고개를 들어 자부심을 갖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선거로 신민당은 전체 300개 의석 중 158석을 확보하게 됐다. 과반 이상을 확보한 만큼 다른 정당과의 연합 없이 단독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반면 현재 144석의 의석을 가진 집권당 시리자는 86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제2당으로 전락하게 됐다.

좌파 정당이 선거에서 주도권을 잃게 된 것은 수년 간 이어진 긴축정책 때문으로 풀이된다. 높은 실업률과 과도한 세율로 국민들의 반감이 극대화됐다고 BBC는 분석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해 8월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 체제를 끝냈다. 그러나 오랜 긴축정책에 피로감을 느낀 그리스 국민들은 그에게 등을 돌렸다. 2015년 1월 긴축을 거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당선된 그는 취임 후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역대 세 번째 구제금융 지원을 받았다.

대신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약속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연금 삭감, 공무원 상여금 및 보조금 삭감, 의료 복지 예산 절감, 국영기업 민영화, 소득세 인상 등 긴축재정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구제금융 체제에서 벗어났지만 공약은 지키지 못했다.

그리스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향후 3년 간 평균 2%대 낮은 경제 성장률이 전망된다. 국민들이 경기가 호전되는 것을 느끼기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높아진 세율이 중산층 주머니 사정을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또 구제금융은 졸업했지만 빚을 다 갚은 것이 아니다. 수년 동안은 채권단으로부터 엄격한 재정 감독을 받아야 한다.

유로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실업률(18%)도 체감 경기를 냉각시키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 집권 기간 동안 그리스 경제 규모는 25% 쪼그라들었고 실업률은 25%대로 치솟았다. 특히 25세이하 청년 실업률이 40%까지 폭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초타키스 대표는 외국인 투자 유치, 세금인하, 공기업 민영화,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친(親)기업적 공약을 내세웠다. 경기를 띄우겠다는 공약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초타키스 대표는 “총리직에 오르면 국제채권단과 긴축 관련 재협상을 실시, 재정지출을 늘리겠다”고 공언하는가 하면 “공공 부문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연금 및 복지혜택 삭감도 더 이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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