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일본 북동부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지진이 일어나자 일본 정부는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발생 3분 만인 오전 6시 2분, 총리실 산하 위기관리센터에 연락실이 설치됐다. 이 모든 것을 총괄한 것은 지구 반대편에 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였다.
△아베, 지구 반대편서 긴급 회견…지진 대처 진두지휘
22일 오전 5시 59분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지진이 일어나자 아르헨티나에 있던 아베 총리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상황을 보고받고 신속 대응을 주문했다. 아베 총리는 당시 페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회담을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하고 있었다.
이어 아베 총리는 지진 1시간 20분 후 바로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방금 후쿠시마에서 강진이 관측됐고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며 “정부가 지자체와 긴밀히 협력해 대응에 총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지시를 받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역시 이내 회견을 열고 “쓰나미 경보가 발표된 지역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즉각 안전한 장소로 피난해달라”고 말했다.
또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서 문제가 됐던 원전 상황도 설명했다. 스가 장관은 “후쿠시마 제2원전 3호기의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의 냉각시설이 정지됐지만 연료유출의 문제는 없다”며 원전 정보도 자세히 전달했다.
이번 지진으로 경상자가 6명 발생했을 뿐, 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1만 5873명이 사망한 동일본 대지진이나 67명이 목숨을 잃은 구마모토 지진에 비해서는 지진이나 쓰나미의 위력이 덜하기도 했지만 일본 정부의 초기 대응이 비극을 줄였다는 목소리도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게다가 정부가 원전 정보 등을 빠르게 보고하며 불안감도 잠재웠다.
이미 아베 정권은 지난 4월 구마모토 지진 당시 도쿄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 바로 총리실로 돌아가 26분 만에 위기관리센터를 구성하고 나흘에 걸쳐 9차례의 브리핑을 직접 주재하며 국민을 안심시킨 바 있다.
△내각 지지율 51%…장기 집권 욕심은 ‘글쎄’
아사히신문이 지난 19~20일에 걸쳐 1973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51%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48%보다 3%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미 아베 총리는 구마모토 지진때도 피난소에 직접 방문하고 무릎을 꿇은 채 이재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지율을 40%대로 올려놓고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바 있다.
이번에는 지난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만나기 위해 미국 뉴욕으로 발 빠르게 이동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나 주일미군 주둔 문제 등이 우려되자 외국 정상 가운데 처음으로 트럼프 당선자를 만나고 접촉을 했다는 점이 믿음직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아베 총리의 갈 길은 멀다. 당규까지 개정하며 장기집권에 대한 야욕을 보인 점은 일본 내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자민당은 총재 임기를 ‘2기 6년’에서 ‘3기 9년’으로 개정하며 아베 총리가 2021년까지 연장한 바 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응답자 47%가 ‘(개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자(34%)를 웃도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아베 총리의 경제 부흥책인 아베노믹스 역시 아베 내각의 뇌관이다. 지난 9월 일본은행(BOJ)은 향후 경제정책을 ‘장기금리 관리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하는 등 ‘돈 풀기’ 식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기도 했다. 게다가 일본 기업들은 지난 상반기(4~10월) 4년 만에 순이익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다음 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일본으로 초청해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 매듭짓기에 나선다. 일본 정가에서는 아베 총리가 러시아와 영토 협상을 성공적으로 끝낸 뒤 내년 1월께 국회를 해산, 재신임을 묻는 총선을 실시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