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12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수도권 규제는 덩어리 규제로 아주 관심이 많은 규제인데 지난해 조금씩 해서는 안 되니 과감하게 풀자고 해서 규제 단두대에 올라온 과제”라며 “종합적인 국토 정책 차원에서 의견을 수렴해 연내에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경제활성화’ 朴정부 3년 차 수도권 규제 완화 드라이브
박 대통령이 장기과제로 묶어놨던 ‘수도권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낸 것은 경제활성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도권 규제를 풀어 경기활성화에 나서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 2년간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썼지만 경기회복의 불씨는 살아날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내수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기업 투자마저 부진해 자칫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최근 월례 경제정책에서 “올해는 시스템적 규제개혁을 본격 시행하겠다”며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수도권 규제는 올해 계속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올해 박 대통령 임기 중 국회의원총선거나 지방선거 등 선거가 없는 해라는 점에서 경제살리기를 위한 규제개혁에 나설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대표적인 수도권 규제 법령으로는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이 꼽힌다. 1982년 제정된 수정법 등은 과밀억제와 성장억제, 자연보호 권역,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상수도보호구역 등 12개 중첩규제로 수도권을 꽁꽁 묶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수정법 등으로 기업은 신규투자나 생산설비 증설 등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막대한 비용을 들여 공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정치권 “성장동력·경쟁력 강화…수도권 규제 재검토할 때”
전문가들은 경제활성화를 위해선 파급 효과가 적은 생색내기식 규제 완화가 아니라 과감한 수도권 규제 혁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수도권 규제 완화론자로 알려진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기업들이 국내 생산 투자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규제개혁 핵심대상은 수도권 규제”라며 “수도권 신공장건설 제한, 과밀부담금 부과 등의 투자억제 법 등이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성장동력 확보와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도권 규제는 완화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경제의 ‘골든 타임’을 위해 박 대통령의 (수도권 규제 완화) 발언은 매우 시의적절했다”며 “수도권 규제 때문에 서울·수도권의 도시경쟁력은 이미 약화할 대로 약화됐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정성호 의원도 “이미 30년 넘은 수정법 등은 이제 총체적으로 재점검할 시기가 됐다”며 “성정 동력 확보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수도권 대 비수도권 간의 대립보다 규제 완화에 따른 합리적 비전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과거 수도권 억제 정책을 썼던 영국과 프랑스, 일본 등은 이를 폐기하고 수도권에 자원을 집중시키는 쪽으로 선회했다며 사례를 들기도 한다.
◇ 번번이 좌초된 ‘수도권 규제 완화’ 이번엔…
과거 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도 수도권 규제 완화를 외쳤지만, 근본적인 개혁은 번번이 좌초됐다. 수정법과 산업집적활성화법(산집법) 등 핵심 법이 그대로 남았기 때문이다. 지방 민심을 등에 업은 지자체장과 표를 의식한 국회의원들이 ‘균형발전’을 내세워 정부가 시행령만 개정하려 해도 강력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수도권 규제를 풀기 위해선 의견수렴을 통해 지자체 등의 반대를 극복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방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만큼 지방의 맞춤형 발전 전략과 함께 패키지로 수도권 규제 완화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은 “수도권에는 무엇인가를 지원해 주는 게 아니라 규제를 풀어주는 방식으로 숨통을 열어주고 지방은 자생력이 없어서 집중적인 지원을 통해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