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A씨는 구직사이트에서 이런 제안을 받고 물품을 대신 주문하고 카드로 결제하는 부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약속대로 물건값과 수익금이 꼬박꼬박 들어왔다. 상대방을 믿게 된 A씨는 점차 결제액을 늘렸고 결국 대출까지 받아 물품을 구매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환급이 끊겼고 피해액은 6300만원까지 불어났다. 보이스피싱에 속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지만 카드사로부터 피해액을 돌려받기도 어려웠다. A씨가 직접 카드결제를 하고 대출까지 받은 거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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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 피해자를 속여 직접 카드결제를 하도록 한 뒤 상품권 등을 현금화해 돈을 빼돌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존 보이스피싱이 계좌이체나 현금 인출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정상적인 카드결제처럼 보이도록 범죄 수법이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법도 다양하다. 40대 여성 B씨는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대출 수수료 명목으로 8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카드로 구매했다. 정상적인 대출에서는 소비자에게 중개수수료를 요구하지 않지만 이를 알지 못한 B씨는 사기범의 지시에 따라 직접 결제했다. 피해 사실을 알고 카드사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본인이 승인한 거래여서 보상받기 어려웠다.
로맨스스캠에도 카드결제가 활용됐다. 랜덤채팅에서 만난 여성과 친밀감을 쌓은 30대 남성은 상대방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자 상품권을 구입해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총 450만원을 잃었다.
고령층을 겨냥해서는 ‘불법 카드매출 취소’를 미끼로 내걸었다. 70대 여성은 금융회사 직원을 사칭한 남성으로부터 “과거 발생한 불법 카드매출을 취소하지 않으면 신용상 불이익을 받아 카드 사용이 불가능해진다”는 전화를 받았다. 사기범은 매출을 취소하려면 보증보험을 통해 다시 결제해야 하고 돈은 추후 환급된다고 속였다. 피해자는 총 323만원을 결제했다. 이 사례는 불법 가맹점의 허위매출이 확인돼 취소됐지만,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직접 승인한 카드결제는 구제가 쉽지 않다.
금감원은 이에 카드사들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보완하기로 했다. 기존 시스템이 해킹이나 카드정보 도용 등 제3자에 의한 부정결제를 잡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사기범에게 속은 소비자가 직접 결제하는 유형도 잡아낼 수 있도록 결제 패턴과 가맹점 특성 등을 반영한 탐지 기준을 강화한다.
특히 70세 이상 고령층에 대해서는 추가 안전장치를 마련한다. 70세 이상 고객이 상품권 등 환금성이 높은 물품을 결제하는 과정에서 이상거래가 탐지되면 카드사가 본인 의사에 따른 거래인지 심층상담을 진행하고 사기 가능성을 확인한 뒤 결제를 승인하는 방안이다. 향후 효과를 살펴 대상 연령과 고환금성 상품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고령층의 보이스피싱 피해는 빠르게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70세 이상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2023년 777건에서 2024년 1047건, 지난해 1493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증가율만 42.6%에 달했다.
불법 가맹점이 연루된 피해에 대한 구제 절차도 강화한다. 카드깡이나 허위매출 등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피해 건에 대해서는 카드사가 물품 배송 여부와 결제 과정 등을 보다 철저히 조사하도록 하고 가맹점 등록과 분쟁 민원 처리 과정에서도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정상적인 금융회사는 대출을 조건으로 상품권 구매나 수수료 결제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금융회사 직원 등을 사칭해 평소와 다른 방식의 카드결제를 요구한다면 우선 전화를 끊고 카드사 고객센터를 통해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