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 '비시민권자 투표 금지법' 승인…상원 통과할까

조윤정 기자I 2024.07.11 16:36:20

트럼프 부정선거 주장에 따라 비시민권자 투표 금지
민주당 "민주당 유권자를 표적으로 해 억압 노력"
공화당 "우리나라를 불법 이민자에게 넘기게 될 것"

[이데일리 조윤정 인턴 기자] 미국 하원이 비시민권자의 연방선거 투표를 금지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10일(현지시간)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공화당 주도로 유권자 등록을 위해 시민권을 증명해야 하는 ‘미국 유권자 자격 보호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투표 등록 시 미국 시민권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며 비시민권자들을 투표자 명부에서 삭제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대선과 의회 선거에서 미국-멕시코 국경을 불법으로 넘은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후 민주당이 이민자들의 급증을 조장해 불법적인 투표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계속 제기해왔다.

민주당은 유권자 자격 보호법 승인을 반대해왔다. 민주당은 “(이 법안은)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주요 민주당 유권자를 억압하려는 노력”이라며 “미국의 선거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대중의 신뢰를 훼손하려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지난 8일 성명을 발표해 “이 법안은 우리의 선거를 보호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비시민권자 투표를 금지하는 법을 시행할 수 있는 보호 조치는 이미 있다”고 했다. 또한 “유권자 자격 보호법이 오히려 유권자가 투표 등록을 하는 것을 훨씬 어렵게 만들고 그들을 명부에서 삭제시킬 위험을 높인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화당은 해당 법안 승인을 계기로, 트럼프 선거 캠페인의 중요 이슈인 국경 및 선거 보안에 대해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계산이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투표 전 발언에서 “유권자 자격 보호법을 지지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를 불법 이민자, 카르텔 밀입국자, 폭력 범죄자 및 살인자에게 넘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화당은 또 불법 투표가 합법적인 미국 시민의 투표를 무효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 법안은 하원과 달리 민주당이 과반을 점한 상원에서 바로 폐기될 확률이 높다. 비시민권자가 연방 선거에 투표를 하는 것은 미국에서 이미 중범죄로 벌금, 징역 또는 추방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뉴욕 대학교 브레넌 정의 센터 연구에 따르면 2016년 대통령 선거 당시 투표한 2350만 표 가운데 비시민권자는 30건으로 총 투표수의 0.0001%에 불과했다. 현재 뉴욕, 워싱턴 D.C, 버몬트주 몬플리어 같은 지역에서는 거주 외국인이 일부 지방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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