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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서술형 내신 대비 사교육 우려
교육부는 수능 채점 기준의 공정성 논란, 사교육 과열 등을 고려해 내신에서만 논·서술형 평가를 우선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교사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내신 논·서술형 평가가 과연 공정할지 모르겠다며 회의적 반응을 보인다. 경기 김포시에서 중2 자녀를 기르는 학부모 A씨는 “수학의 경우 같은 답을 도출하기 위한 풀이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다”며 “교사가 자신이 가르친 풀이 방식대로 문제를 풀지 않은 학생들에 대한 채점 기준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논·서술형 내신 대비를 위한 사교육 부담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중학생 학부모 이모(46)씨는 “논·서술형이 확대되면 아이들의 글쓰기 실력이 중요해질 것 같다”며 “고교 진학 전 논술학원이나 논·서술형 문항 대비 학원에 보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교사들도 논·서술형 문항을 채점하기가 부담스럽다. 이미 학교 현장에서는 ‘극성 학부모들이 많은 학교일수록 정답이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학부모들이 오답에 대해 꼼꼼하게 따지고 민원까지 제기하는 지역의 경우 정답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이미 내신 논·서술형 평가를 도입한 학교에서도 중간·기말고사에선 이를 최대한 배제하고 있다. 수행평가에 한 해서만 제한적으로 논·서술평 평가를 한다는 것. 수도권의 한 고교 영어교사 B씨는 “서술형 문제를 많이 출제할 경우 중복 답안이 많아지고 학부모 민원 부담이 가중되기에 중간·기말고사에서는 최대한 논·서술형 출제를 지양한다”고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내신 논·서술형 평가를 확대한다면 교사들의 출제·채점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평가 부담에 논서술형 출제 피하기도
무늬만 ‘논·서술형’인 문항이 출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도 등급 산출이 어려운 학교에선 형식만 논·서술형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B교사의 설명이다. 예컨대 영어 지문 200개를 학생들에게 미리 예시로 준 다음 실제 시험에서 문장 10개를 무작위로 뽑아 작문하라는 식이다. 이 경우 학생들은 예시문을 달달 외우고 시험을 보기에 사고력 측정이 아닌 암기력 평가가 된다.
B교사는 “지금도 논·서술형 출제 비중이 40% 수준이지만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며 “이를 전면 확대한다면 논·서술형 평가 취지에서 벗어난 교육이 이뤄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고력·문제해결력 측정을 강화하려면 5지선다형이 아니라 논·서술형 문항을 확대해야 한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고교 교사들의 평가 역량을 높이기 위해 교원 3000명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