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25일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 주재로 금융업권 및 민간전문가 등과 ‘가계대출 동향 및 건전성 점검회’를 개최했다. 최근 은행 연체율이 증가하면서 부실 위험이 급증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당국이 이를 진화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로 풀이된다.
◇가파른 연체율 증가세…저축은행 5.07%
최근 금융기관 연체율은 증가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데다 경기는 둔화하고 부동산 시장도 침체상태다. 3월말 기준 은행 연체율은 0.33%로 작년 말 대비 0.08%포인트(p) 상승했다. 2금융권도 비슷하다. 저축은행은 5.07%(1.66%p↑), 상호금융은 2.42%(0.90%p↑), 카드사는 1.53%(0.33%p↑), 캐피탈은 1.79%(0.54%p↑)로 집계된다.
금감원은 하지만 연체율 수준 자체가 높지 않아 금융시스템 건전성·안전성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연체율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큰 저축은행(5.07%)과 상호금융(2.42%)은 2016년과 2014년 수준으로 회귀했지만 그 이전 최고치보다는 낮다는 것이다. 실제 저축은행 사태 당시 저축은행 연체율은 2013년말 21.70%까지 치솟았고 상호금융도 2012년 3.86%로 급등했다.
상대적으로 더 낮은 은행(0.33%)연체율은 코로나19 발생 직전 2019년 수준이다. 게다가 은행 장기 평균 연체율 0.78%에 견주면 절반 수준에도 못미친다. 카드(1.53%), 캐피탈(1.79%)도 2019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을 뿐이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때 캐피털사는 4.56%, 카드사는 3.43%까지 급등했는데, 이때와 비교하면 크게 낮다.
하지만 연체율 수준 그 자체보다는 변화하는 흐름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도하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4일 보고서를 통해 “(은행) 총 연체율은 코로나19 직전보다 낮지만, 매월 악화의 속도가 가팔라지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수개월간 매월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있는 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실제 3월말 은행 전체 연체율은 전년 동월 대비 0.11%p 늘어 증가속도가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자영업자(SOHO)연체율은 0.37%로 상승속도가 더욱 가팔라졌다. 전년 동월 대비 20bp(1bp=0.01%p)가 증가했는데, 전월 증가속도 19bp보다 1bp 빨라졌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전년 동월 대비로 지난해 8월 이후 계속 증가세다. 특히 그 기간 내내 증가세가 9월(전년 동월 대비 0.01%p) 10월(0,02%p), 11월(0.06%p), 12월(0.1%p), 1월(0.16%p), 2월(0.19%p), 3월(0.2%p)로 커지고 있다.
◇“연체율 상승세 2007년 이래 최고 속도”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 등 일반대출 연체율은 급증했다. 3월 0.59%로 전월 동월 대비 28bp 상승했는데, 전월 상승폭 27bp보다 1bp 빨라지고 2007년 통계치 공개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라고 한화증권은 설명하고 있다. 김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4월 가장 먼저 상승 전환한 가계 신용대출의 연체 상승폭이 아직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며 “총대출의 59%를 차지하는 주담대와 중소기업 연체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근본적인 우려를 야기한다”고 말했다. 주담대 연체율도 3월 0.2%로 전년 동월 대비 10bp 증가해 지난해 9월 이후 증가세가 매월 가팔라져 전월 증가세 9bp보다는 1bp 커졌다.
이에 대해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최근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 상품의 대위변제가 늦어지면서 연체가 생기는 마찰적 요인과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취급이 감소하면서 연체가 무조건 올라가는 기저효과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3월말 대출잔액은 113조2000억원으로 전년말보다 1조9000억원 감소했다.
한편 금감원은 최근 증가세로 돌아선 가계대출 올해 증가세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대출금리가 과거 대출 급증기보다 높은 데다 주택거래도 일부 지역에서 늘었지만, 예년 평균보다는 적다는 이유에서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 4월 전월대비 2000억원 증가했다. 고금리 여파로 줄기만 하던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