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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물가’ 현실화? 종합정책세트에도 고물가 리스크 여전

이명철 기자I 2022.05.30 17:30:01

가격 통제 아닌 구매 부담 경감 초점…실효성은 미지수
추경호·이창용 ‘5% 물가 상승폭’ 예측…체감물가 부담↑
할당관세·부가세 면제 확대 제기에 추가 대책 가능성도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공지유 기자] 주요 품목의 수입 관세 제로(0%)와 식재료비 가격 부담 완화, 취약계층 지원 등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민생 안정 대책은 가격을 통제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다. 시장 친화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실생활과 밀접한 품목들의 가격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년 만에 5%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29일 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를 기록하면서 13년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으며 이달에는 이 수치가 5%대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면 2008년 9월(5.1%) 이후 14년여만에 최대치를 갈아치우게 된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확산되고 여기에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로 소비가 회복되면서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에서 확대하는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국면에서 일부 품목 가격 부담 완화 정도로는 체감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물가에 대응한 긴축적인 통화정책과 함께 부가가치세 감면 확대 등 추가 정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수입원가 낮추고 개소세 깎고 보유세도 완화

정부가 30일 발표한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는 △생활·밥상물가 안정 △생계비 부담 경감 △중산·서민 주거 안정으로 구성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주요국의 수출 제한 등으로 공급망 교란이 발생하고 국제 식량가격이 오르자 우선 수입 원가와 식료품비·식재료비 절감에 나선다.

최근 가격 상승폭이 큰 식용유·돼지고기 등 식품원료 7종과 나프타 등 산업원자재 7개에는 0%의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커피·코코아원두 수입시 부가세를 한시 면제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돼지고기의 경우 원가가 최대 20% 인하되고 커피원두 원가는 9.1% 인하 효과가 있을 걸로 정부는 추산했다.

밀 수입 차질 우려에 대응해 밀가루는 가격 상승분 70%를 정부가 지원하고 제분업계가 20%를 부담한다. 면세농산물 공제 한도는 일시 10%포인트 상향해 식품제조업·외식업계의 식재료비 부담을 낮춰 가공식품·외식가격 상승을 방지코자 했다.

올해 6월까지였던 승용차 개별소비세 30%(5%→3.5%) 감면은 연장까지 연장한다. 개소세를 30% 감면하면 출고가액 4000만원 짜리 비영업용 승용차 구입비용은 4984만원에서 4893만원으로 91만원 정도 낮아지게 된다.

고금리·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은 저금리·고정금리로 대환을 지원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2학기 학자금 대출 금리를 1학기 수준으로 동결하는 등 금리 상승기 서민들의 이자 부담도 낮춘다.

소비 여력이 낮은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 지원도 늘린다. 저소득층 227만가구에는 4인가구 기준 100만원의 긴급생활지원금을 주고 저소득가구 대상 17만원 가량의 에너지바우처도 지급키로 했다.



이번 대책에는 1세대 1주택자 보유세 완화와 일시적 2주택자 취득세·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등 부동산 세제 완화 방안도 담겼다. 이와 관련해 윤인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업무 대행)은 지난 27일 사전 브리핑에서 “대책 상당 부분이 1가구 1주택에 해당돼 (민생 안정 대책 대상인) 서민·중산층의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세제 완화로)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으면 주택시장이 안정돼 전반적인 서민·중산층도 혜택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폭 가팔라…정부 “시리즈 대책 발표”

할당관세, 부가세 면제, 직접 지원 등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대부분 썼지만 문제는 물가 상승세가 워낙 가파르다는 점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4.8% 올라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연간으로는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0.4% 상승에 그쳤지만 지난해 3.2%로 올랐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최근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4.5%, 4.2%로 높여 잡기도 했다.

5월부터는 5%대 소비자물가 상승폭에 대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나 물가 전망과 관련해 “일정 기간 5% 넘는 숫자를 여러 형태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앞서 26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물가상승률은 당분간 5% 이상 높아지고 상당한 경우 내년 초에도 4%, 3%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월간 물가 상승폭이 5%를 넘는다면 2008년 9월(5.1%) 이후 처음이다.

특히 물가 상승폭은 실생활과 밀접한 부문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4월 품목별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을 보면 등유와 경유가 각각 55.4%, 42.4% 급등했고 수입쇠고기(28.8%), 수박(28.3%), 식용유(22.0%), 과일가공품(19.4%) 등이 크게 올랐다. 체감 물가인 생활물가지수는 2008년 8월(6.6%) 이후 가장 높은 5.7%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에 부가세 인하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부가세 면제 대상 품목이 너무 적다”며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소비자들이 자주 접하는 공산품 등 광범위한 품목에 대해 부가세를 과감하게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당분간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가 대책 발표 여지도 남아있다. 윤 국장은 “급하면 급한대로 모아놓지 않고 계속해서 시리즈로 대책을 발표해나갈 생각”이라며 “유류비 부담이 더 커지거나 하면 추가 대책을 계속 강구하고 (할당관세 확대도) 상황을 봐서 (필요하다면) 추가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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