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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종용 논란'…김선호가 김용건과 다른점

김민정 기자I 2021.10.20 17:27:49

법률가가 본 김선호 사건…"범죄요건 충족 안해"
"직접적 폭력 없었으면 강요죄도 인정되기 어려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구체적 정황 필요"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배우 김선호가 최근 혼인을 빙자해 낙태를 종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지난 8월 낙태 강요 미수 혐의로 피소됐던 김용건의 사례가 회자되고 있다.

지난 17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K 배우의 전 여자친구라고 주장한 A씨가 K씨로부터 낙태를 회유 받고 아이를 지운 뒤 이별을 통보받았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고, K씨가 배우 김선호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글쓴이 역시 김용건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김선호는 20일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저의 불찰과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그분에게 상처를 줬다. 직접 만나서 사과를 먼저 하고 싶었으나 지금은 제대로 된 사과를 전하지 못하고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우선 이 글을 통해서라도 그분께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김선호 인스타그램)
◇ 김선호 논란에 ‘낙태강요 피소’ 김용건 사례 떠올라

A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와 김선호는 2020년 초부터 만나 헤어진 지 4개월이 지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A씨는 김용건의 혼전임신 사례를 들며 “제가 사랑했던 이 남자는 일말의 양심과 죄책감도 없는 쓰레기였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김용건은 한 드라마 종영 파티에서 인연을 맺어 13년 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한 여성 B씨로부터 고소를 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B씨가 올해 3월 임신 소식을 전하자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커졌고, B씨는 김용건을 낙태 강요 미수죄로 고소한 것.

이후 김용건은 B씨와 만남을 가지고 사과의 뜻을 전했고 B씨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고소를 취하했음을 알렸다. 더불어 김용건은 “앞으로 예비 엄마의 건강한 출산과 태어날 아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현재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는 김선호와 김용건의 사례를 비교하며 ‘낙태 종용’과 ‘낙태죄’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낙태죄 폐지…처벌 규정 없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법률적으로 ‘임신중단’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11일 임신중단 수술을 한 여성과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상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020년 12월31일까지 대체 입법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지만 국회가 1년8개월 동안 대체 입법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형법상 낙태죄는 올 1월1일부터 효력이 자동 소멸됐다.

대체 또는 보완 입법 없이 낙태죄가 사라지면서 안전한 임신중단을 위한 준비도 이뤄지지 못했다. 낙태죄 전면 폐지부터 임신 24주까지 허용 등의 다양한 개정안이 나왔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연내 법 개정이 무산되면서 올해 들어 낙태죄 관련 규정이 자동 폐기됐으며 대체 입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이전에는 형법 31조(교사범)와 32조(종범)에 의거해 낙태를 종용하거나 방조한 남성을 낙태교사죄 또는 낙태방조죄로 처벌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낙태죄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 역시 처벌할 수 없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혼인빙자간음죄 폐지…“김선호 폭로, 가십에 가까워”

A씨는 글에서 “(김선호가) 2년 뒤에 너와 결혼을 할 것이고 자신의 부모님께 소개해주겠다, 내년에 동거부터 하자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혼인빙자 간음죄 역시 2013년 폐지됐다.

헌재는 2002년 1월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으나 2009년 11월에는 “혼인빙자간음 법률 조항이 남녀평등에 반할 뿐 아니라 여성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부인한다”며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김용건이 피소됐던 ‘낙태 강요 미수죄’에 김선호도 해당될까.

이에 대해 성범죄 전문가 이은의 변호사는 이데일리에 “낙태 강요죄라는 것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강요죄가 있는 것인데 강요죄는 폭행 협박에 의해 의무에 없는 일을 강요하는 것을 뜻한다”며 “그렇다면 폭행협박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저런 회유를 해서 마음에 압박을 줬다는 것은 직접적인 폭행이나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한 협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는 법률에서 이야기하는 강요가 아니기 때문에 강요죄가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실상 김선호 폭로는 가십에 가깝다”며 “일방이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는 것이 부당하게 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순 있지만 엄밀히 이야기하면 대중의 알권리로 소비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불법이나 범죄에 해당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순수함으로 소비하고 있는 대중으로서는 수필집에 나오는 아사코 이야기 같은 것이다”라며 “불법과 범죄의영역에 있는 부분은 아니다. 대중들이 가지는 실망의 문제다”라고 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일각에서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임신 유지와 출산 의사를 명백하게 갖고 있던 임신부가 다른 사람의 낙태 종용으로 임신 중단을 결정했을 때 자기 결정권을 침해당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변호사는 “민사적으로도 어렵다”며 “그 정도가 되려면 낙태에 대해서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하다. 임신을 유지해 출산했으면 좋겠다는 것에 동의를 안 한 것은 불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과 불법은 다르다. 불법이 되려면 모욕을 줬다거나 협박을 했다거나 물리적 유형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필요하다”며 “그런 것이 아니고 단지 당신의 임신을 환영하지 않은 걸 불법 범죄 영역으로 치부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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