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부유 늪 빠진 中]문화혁명 2.0 그림자 커진 중국

신정은 기자I 2021.09.09 18:56:43

中대기업, 납작 엎드려 공산당 지침 따라
각종 규제에 제2의 문화대혁명 지적도
현지 진출 한국 기업·연예인 영향 우려도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해외유학 관련 교육사업을 하는 중국인 천 모씨는 최근 사무실을 줄이고, 직원들을 하나둘 내보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뜩이나 유학시장이 쪼그라든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사교육 제재를 가하자 사업 유지가 어려워져서다. 천 씨는 9일 “정부가 좋은 뜻으로 하는 건 알지만 이렇게까지 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7일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공동부유(共同富裕)’를 강조한 뒤 중국 정부는 각종 산업에 규제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시 주석이 규제 드라이브를 거는 건 3연임을 위한 큰 그림으로 해석된다. 고속성장을 구가해 온 민간 기업의 희생을 통해서라도 탈(脫)빈곤과 전면적 샤오캉(중산층) 사회 건설을 이뤄 장기집권 기반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중국 대기업들은 일단 납작 엎드린 분위기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은 잇따라 거액의 기부금을 내놨다. 지난해 11월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이 중국 금융 당국을 비판한 후 계열사 상장 취소를 겪는 등 처참하게 당하는 모습을 반면교사 삼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중국의 규제를 ‘분서갱유’에 빗댔던 왕싱(王興) 메이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 열린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선 “‘공동 부유’를 메이퇀의 DNA에 뿌리내리게 하겠다”고 밝혔다. 황정 핀둬둬 창업자 겸 회장, 장이밍 바이트댄스 창업자 겸 CEO, 류창둥징둥 창업자 겸 회장은 30~40대의 젊은 나이에도 돌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모두 정부의 규제 대상이 된 기업들이다.

고소득자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2일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산하 중국경제주간은 고소득의 기준이 ‘연소득 50만위안(약 9000만원) 이상 계층’이라고 제시하며 세금 폭탄을 예고했다.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1960년대 마오저둥 통치 당시 ‘문화대혁명’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특히 중국의 규제 칼날은 빅테크, 교육, 게임, 부동산 등에 이어 연예계로까지 확대되고 있어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물론 K팝의 인기에 영향이 있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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