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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시집 낸 안도현 "작고 느린 것의 가치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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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I 2020.09.22 15:31:27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출간
절필선언했다 복귀 이후 첫 시집
지난 2월 고향 경북 예천으로 이사
"새로운 유년 사는 기분으로 살 것"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첫 시집을 낸 것처럼 두근거린다.”

시인 안도현이 8년 만에 새 시집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창비)로 돌아왔다. 안 시인은 22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오랜만에 새 시집을 펴낸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시인 안도현이 22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새 시집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 출간 소감을 말하고 있다(사진=창비).
안 시인은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라는 구절로 잘 알려진 ‘너에게 묻는다’처럼 서정적인 분위기의 시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시대에 저항하는 행보도 함께 보여왔다. 특히 2013년 초에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절필을 선언했다. 이번 시집은 2017년 4월 말 시 ‘그릇’으로 창작활동을 재개한 뒤 처음 발표하는 것이다.

안 시인은 “80년대에 20대를 보내면서 세상의 큰 움직임을 시인이 만들어가야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시가 세상 바꾸는데 역할도 해야 하고 실제로 그렇게 믿었던 적도 있고”라고 말했다.

또한 “시간을 살아보니 시로 세상을 바꾸려고 한 열정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시가 해야할 일은 커다란 일 보다 작은 것에 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며 “좀 더 작고 느린 것의 가치를 시로 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그간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절필 선언과 복귀에 대한 심경도 밝혔다. 안 시인은 “불의한 권력이 있을 때 오히려 내가 시를 포기함으로써 권력에 맞서는 자세를 보여주고자 했다”며 “(절필 선언 이후) 처음 시를 발표할 때는 괜히 혼자 오기부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달라진 모습도 보여줘야한다는 부담감이 많았다”고 말했다.

신작 제목에서부터 안 시인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시집에 수록된 ‘식물도감’에서는 매화꽃, 변산바람꽃, 노루귀, 꽃다지, 호박씨 등 일상의 소소함을 시인만의 시선으로 담았다. 저항에서 벗어나 서정적인 시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안 시인은 “원래 식물을 좋아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식물이라는 게 사람 못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람보다 시간을 빨리 알아채는 것 같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영혼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40년 동안 전북 전주에서 살았던 안 시인은 지난 2월 고향인 경북 예천으로 이사했다. 아파트 생활에서 벗어나 마당이 있는 집에서 돌담을 쌓고 꽃과 텃발을 심고 가꾸며 지내고 있다. 예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문예반 선생님으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안 시인은 “보통 유년에 있던 공간으로 돌아가면 과거로 회귀하거나 회상하는 관점으로 보는데 나는 가능하면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유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지금부터 새로운 유년을 사는 기분으로 그렇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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