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뉴스속보팀] 일본 정부가 지난 14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과정에 원자력기술을 제공할 의향을 전달했다고 연합뉴스가 26일 아사히신문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사히는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이 강경화 외교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당시 회담에서 이런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고노 외무상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실현하기 위해 협력할 용의가 있다”며 원자력기술 지원 의사를 제안했다.
이어 지난 20일에는 일본 외무성 간부가 크리스토퍼 포드 미국 국무부 국제안보·비핵산 담당 차관보를 만나 일본의 기술협력과 관련해 구체적 항목을 논의했다.
고노 외무상은 7월 초 오스트리아 빈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를 방문해 아마노 유키야(天野之彌) 사무총장과 회담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회담에서는 기술협력의 구체적 내용이 논의될 것으로 아사히는 전망했다.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고노 외무상은 지난 25일 기자들에게 “한반도가 비핵화되면 여러 국가가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그러한 혜택을 받은 국가가 다양한 형태로 공헌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노 외무상은 “북한이 진지하게 비핵화를 위해 한 걸음 내디디면 상당한 수의 전문가가 필요할 것”이라며 “일본의 특기 분야에서 인적 공헌을 포함해 (지원을) 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은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 IAEA가 검증활동을 재개할 때 비용을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비핵화 과정에서 일정 역할을 맡는 방식으로 발언력을 높여 ‘재팬 패싱’(일본 배제)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외무성 간부는 “(북한에서) 핵 관련시설 해체 등 방사선량이 높은 환경의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기술지원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 측은 이바라키(茨城) 현 도카이무라(東海村) 핵연료 가공공장에서 발생한 ‘임계사고’와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의 교훈에서 얻은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원자력 시설 사고 대응과 원전 폐로 관련 지식 및 기술 제공과 함께 기술자 파견도 검토하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핵 관련시설 사고는 미국도 그다지 경험이 없어 일본의 지식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신문에 말했다.
기술자 파견은 북한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어서 일본은 미국 측과 이를 논의할 방침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6일 브리핑에서 일본이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기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의 모든 대량파괴무기와 탄도미사일의 폐기는 국제사회의 과제”라며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관계국과 긴밀하게 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스가 장관은 “관계국과 계속 협의하고 있지만, 자세한 내용에 대해선 외교상 이유로 (언급을) 자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