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신규 가상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에 들어갔다. 오픈을 준비중이던 신규 가상화폐 거래소들도 은행들과 협의를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피아는 지난달 말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예고한 대로 이날부터 거래를 중단했다. 당시 코인피아는 원화와 가상화폐간 거래가 안 되는 상황이 유지되면 이날부터 모든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상화폐 거래실명제가 지난달 30일 시행된 이후 은행으로부터 가상계좌를 발급받은 가상화폐 거래소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거래소는 가상계좌 사용이 중지돼 원화 입금이 안 되거나 법인계좌를 이용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받고 있다. 코인피아를 비롯해 코인플러그, 이야랩스는 가상계좌를 사용하다가 은행과 재계약이 안 된 상황이다. 코인플러그는 현재 원화 입금, 신용카드 포인트의 비트코인 전환 등 일부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공지했다. 이야랩스도 가상계좌 사용이 중단됐다.
금융당국은 실명확인 계좌의 신규 발급을 막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은행측에서는 기존 가상계좌를 발급받았던 4개 거래소 고객들을 대상으로 우선 실명전환 계좌를 발급해주고 있어 이외 거래소들은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기존에 가상계좌를 발급받았던 고객들의 실명전환 계좌를 먼저 발급한 이후 논의를 할 것”이라며 “다른 중소형사 거래소들은 발급 논의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오픈을 준비중이던 신규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일정을 미루고 있고, 거래소 일부는 기존 ‘벌집계좌’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작년말 오픈을 준비중이던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화폐 실명거래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지만 은행으로부터 신규 계좌를 받지 못해 아직까지 영업을 못하고 있다”면서 “은행이나 협회 관계자들도 뚜렷한 답변이 없어 당분간 힘들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진출을 준비중인 중국 거래소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국 가상화폐 거래소 오케이코인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과 협의를 진행중으로 늦어도 3월 중에는 오픈을 할 것”이라면서도 “매일 분위기가 달라지는 추세여서 긴장을 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은행에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보안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신경을 쓰면서 안정적인 거래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거래소들은 아직까지 벌집계좌를 운영중이다.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 코미드는 법인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악용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입출금 서비스가 정지되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블록체인협회에서도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은행이 신규 계좌를 발급해주지 않고 있어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협회가 마련한 자율규제안에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포함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이런 거래소에는 가상계좌를 내달라는 것이다.
블록체인협회 추진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았던 김진화 이사는 “은행들이 요지부동이어서 방법이 없다”면서 “일부 벌집계좌 운영를 강행하는 곳도 있는데 법을 다 지키겠다는 거래소들은 오히려 운영을 못하게 됐다.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자금세탁방지 규정에 대한 부담을 은행에 주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상황“이라며 “자율규제안에 해당 부분을 보완해서 해외처럼 거래소들이 표준화된 의무를 할수 있도록 하고 은행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을 모색중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