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여중생 미라 시신' 사건..檢 "살인 아닌 아동학대치사"

이승현 기자I 2016.02.29 19:47:48

"미필적 고의 없어" 아동학대치사죄 적용
檢, 경찰의견 정면으로 뒤집어
백씨 여동생은 불기소 처분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중학생 딸(사망당시 13세)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미라상태의 시신을 11개월간 집에 방치한 아버지 목사 이모(47)씨와 새 엄마 백모(40)씨가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당초 이들 부부에 대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며 살인죄를 적용했지만 검찰은 경찰 의견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인천지검 부천지청 형사1부(부장 이상억)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과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이씨와 백씨를 각각 구속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와 백씨는 지난해 3월 11일부터 17일까지 백씨의 여동생(39) 주거지에서 “딸이 교회헌금 등을 훔쳤다”며 딸을 심하게 때렸다. 이들은 특히 17일 오전 5시 30분쯤부터 낮 12시 30분까지 7시간 동안 부천 집 거실에서 손바닥과 종아리, 허벅지 등의 부위를 한번에 50~70대에 걸쳐 나무막대기가 부러질 정도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양은 17일 오전 부모의 폭행으로 신체 광범위한 부위에 피하 및 근육내 출혈상을 입었고 이에 저혈량성 쇼크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부는 이날 오후 7시쯤 이양이 숨진 것을 발견했으며 이후 시신을 약 11개월간 집 안에 유기했다. 이씨와 백씨는 지난 3일 긴급체포된 뒤 경찰조사에서 “딸을 때린 것은 맞지만 죽일 의도는 없었다”며 살인의 고의성을 줄곧 부인해왔다.

사건을 수사한 부천 소사경찰서 측은 이씨와 백씨가 발작 등 신체상태와 폭행의 방법 및 지속시간, 방치행위 등으로 딸의 생명에 중대한 결과가 일어날 것을 사전에 알 수 있었다며 살인죄와 사체유기죄 등을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에 대한 예상과 함께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은 부부가 딸의 절도에 대한 훈육 목적으로 회초리나 빗자루 등 위험성이 적은 물건으로 손바닥과 종아리 등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부위를 때렸으며 사체를 훼손하지 않았고 피해자의 소생을 기도하는 행위 등도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아동학대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죄는 피의자 고의와 과실에 상관없이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폭넓게 적용되며 무기징역 혹은 5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한다. 살인죄의 형량은 사형 혹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송치된 백씨 여동생에 대해선 불기소 처분했다. 백씨 여동생이 평소 피해자 부모를 대신해 양육을 맡았으며 피해자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17일 오전 폭행행위에는 전혀 가담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과정에서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앞으로 아동학대 사범에 대해선 엄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중학생 딸(사망 당시 13세)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11개월간 방치한 아버지인 목사 이모(47)씨가 지난 5일 오전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부천 원미경찰서에서 이송되고 있다. 고준혁 기자
중학생 딸(사망 당시 13세)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11개월간 방치한 새 엄마 백모(40)씨가 5일 오전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부천 원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고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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