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전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28년된 폭스바겐 `비틀`, 노숙자들을 위해 개방한 대통령 관저, 월급 중 90% 사회 기부.
호세 알베르토 무히카(79) 전 우루과이 대통령 하면 떠오르는 표현들이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5년 동안의 대통령 임기를 마쳤다. 28년 된 애마를 타고 자신의 농장으로 되돌아가는 그에게 우루과이 국민은 박수를 보냈다.
영국 BBC 방송은 “우루과이는 무히카와 작별을 고했다”며 “가장 이상적이고 정직했던 대통령이 떠난다”고 보도했다. 우루과이 국민도 대통령 관저 대신 농장에서 지내며 이웃과도 거리낌 없이 왕래하던 그와의 이별을 아쉬워 했다.
그러나 무히카의 높은 인기는 비단 그의 검소한 생활 습관 때문만은 아니다. 무히카가 이룬 경제적 성과도 만만치 않다. 그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국민 1인당 소득은 36% 늘었고 10년 전 40%에 달했던 빈곤율은 13%로 떨어졌다.
이런 성과는 무히카가 평소 가지고 있는 사회구조에 대한 신념에서 비롯됐다. 그는 부의 불평등 문제를 외면하는 사회적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부의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히카는 2012년 유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리우+20)에서 “발전이 행복을 저해해선 안 된다”며 “공생공존을 위해 현 사회 시스템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를 받고 떠난 무히카의 모습을 보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떠오른다. 이 전 대통령은 이른바 `747 공약`(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을 내세웠다. 747공약은 지켜지긴 커녕 부의 불평등만 커졌다는 불만만 쏟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474 비전`(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을 제시했다. 묘하게 747공약이 오버랩된다.
고용률이 70%를 달성한다고 해서 비정규직 차별로 인한 소득간 불평등 문제가 해소된다는 보장은 없다. 또 잠재성장률 4%를 기록한다고 해서 국민 모두의 살림살이가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부의 불평등을 외면하는 사회적 구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3년 남짓 남은 임기를 마치고 박수를 받으며 떠나려면 눈에 보이는 숫자보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해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