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일손 부족한 뿌리산업`…외국인력 14년래 최대 도입 추진

최정훈 기자I 2021.12.16 17:03:36

정부, 내년 외국인 근로자 6만6000명 도입안 마련
올해보다 1만4000명 늘어…14년 만에 최대 규모
3D업종 기피에 주52시간 확대로 내국인 못 구해
고용부 "체류만기 외국인력·업계수요 늘어난 탓"
전문가 "외국인에 뺏긴 일자리 회복 힘들어…대책 시급"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내년 제조업과 농업분야 등에서 일할 외국인 근로자가 최대 6만6000명 도입할 수 있도록 한도가 확대된다. 이는 올해 한도보다 1만4000명이 늘어난 규모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 규모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지난해와 올해 도입되지 못한 외국 인력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15일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경기 화성시 소재 외국인고용 사업장을 방문해 방역 점검을 하고 있다.(사진=고용노동부 제공)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조업 등 이른바 `3D(힘들고, 더럽고, 어려운)` 업종에 대한 내국인 근로자의 기피 현상을 해소하지 못한 채 주52 시간제 확대 등으로 인해 외국 인력에 대한 의존도만 높이고 있다는 지적했다.

◇내년 외국인력 6만 6000명 도입 추진…14년 만에 최대 규모

16일 관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10일 외국인인력정책실무위원회에서 내년도 일반고용허가제 외국인력(E-9)을 6만6000명 도입하는 안을 마련했다. 이번 안은 조만간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하는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일반 고용허가제는 제조업이나 농업 등 내국인이 근로를 기피하는 업종이 외국인 인력을 일정 한도 내에서 도입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제도다. 고용주가 필요한 외국인 인력을 신청하면, 정부가 취업비자를 받고 입국하는 외국인들을 선별해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정부는 해마다 체류 기간이 만료된 외국인력과 단속에 적발된 불법체류자, 중소기업들로부터 필요한 인력 숫자를 받아 그에 맞춰 외국인 인력 도입 한도를 지정한다. 외국인 근로자가 체류를 허가 받으면 비전문취업 비자(E-9)가 발급된다.

내년도 도입 예정인 외국 인력 6만6000명은 올해보다 1만4000명 많은 규모다. 6만명을 넘긴 것도 지난 2013년(6만2000명) 이후 9년 만이다. E-9 비자를 받는 외국인 근로자는 제조업과 농축산업, 어업, 건설업, 서비스업에서만 일할 수 있다. 특히 이 중 제조업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고용부는 고용허가제 도입 규모를 고려하는 3가지 기준인 체류 기간 만료 외국인과 적발된 불법체류자, 산업 수요 모두 내년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도입 규모가 예년에 비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고용부 관계자는 “외국 인력 도입 규모가 늘었다는 것은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들어오지 못한 인력이 많았던 데다 체류 기간이 만료돼 본국으로 돌아가는 인력이 많은 상황까지도 고려한 것”이라며 “또 E-9 외국인력을 활용하는 산업 전반에서 외국 인력 수요가 증가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지난 해와 올해 E-9 외국 인력은 한도 대비 크게 부족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 해와 올해 1∼8월까지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 수는 각각 6688명과 5145명이었다. 코로나19 이전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 수의 10분의 1에 불과한 규모다.

이에 정부는 지난 4월 올해 체류 기간이 만료되는 외국 인력에 대해 체류와 취업활동을 1년 연장하기도 했다. 연장 조치로 인해 내년에 기한이 만료되는 외국인력 규모 예년에 비해 큰 것도 영향이 있다는 게 고용부 측 설명이다. 특히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수출 호조 등으로 내년에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인력 수요도 더 커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3D업종 기피 해소 없이 주52시간 확대해 외국인력 의존 커져”

그러나 전문가들은 3D 업종에 대한 기피 현상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52시간 근로가 확대되면서 외국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제조업 등 내국인 근로자가 기피하는 업종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큰 상황인데, 주52시간제가 확대 적용되면서 기존에 필요했던 외국인 인력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게 됐다는 것이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이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하고 싶어서 활용하는 게 아니고, 내국인을 고용하고 싶어도 아무도 오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국 인력을 도입하는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인건비가 싸다는 외국 인력의 장점이 줄고 있지만, 중소 제조업체들은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어 “이제 임금뿐 아니라 일자리도 외국인 일자리와 내국인 일자리로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한번 외국인에게 뺏긴 일자리는 내국인이 다시 들어가기도 상당히 힘들기 때문에 경제 안보 측면에서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도입안은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한도를 늘려도 지난 해와 올해처럼 입국 자체가 어려워 외국 인력 도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실무회의에서는 확정됐지만 본회의에서 수정될 수도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내년에도 외국 인력 도입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올해처럼 또 체류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는 만큼 이 경우 인력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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