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이 20년 만에 산업은행(산은)의 품을 떠난다는 소식은 올 상반기 금융투자업계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첩보전을 방불케 한 비밀유지 끝에 결정된 인수자는 현대중공업이었다. 국내는 물론 세계 조선업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두 회사의 만남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중공업의 거래 선결 조건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전제조건을 점검하고 그룹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을 담은 보고서로 주목을 받았다. 다음은 보고서 요약.
현대중공업그룹은 2019년 3월 8일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관련 본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의 조선중간지주-사업자회사로 분할,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조선중간지주에 현물출자 후 그 대가로 조선중간지주 신주 취득, 조선중간지주 증자 및 대우조선해양에 1조5000억원 증자가 주요 내용이다.
주식교환 방식의 대우조선 편입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증자대금을 조선중간지주의 자체 증자로 마련하는 구조로 인수 시점에서의 소요자금은 6000억원 내외에 불과할 전망이다. 그러나 조선중간지주 증자 관련 불확실성, 향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최대 1조원의 유동성 지원 약정, 조선중간지주가 발행하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및 대우조선해양이 기발행한 전환사채(CB) 등 총 3조5000억원의 하이브리드 관련 부담 등을 감안할 때 재무부담은 최저 1조원 미만에서 최대 6조원에 이르기까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거래 완료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피 인수대상인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사작업이 본계약 체결 이후 시작해서다. 글로벌 조선 업계에서 지위를 확보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결합에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 관련국가들의 승인이 필요하다.
만약 국내외 관련 국가 중 1곳이라도 기업결합승인을 받지 못하면 본계약은 해지되고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역시 무산된다. 국내외 과거 기업결합심사 사례를 볼 때 현 시점에서 성사 여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7년 이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자산 매각, 증자 등을 통해 그룹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해 왔다. 조선부문 매출 위축 속에서 조선업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정유부문의 비중을 확대하면서 내실을 쌓아왔다는 분석이다.
대우조선해양을 그룹에 편입할 경우 조선부문의 신용도 저하는 불가피하다. 조선부문 의존도 심화가 그룹 신용도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1조5000억원 증자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효과로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따른 그룹 신용도의 중장기적 영향은 가변적이다. 이번 인수에 따른 재무부담이 조선부문 영업실적 등에 따라 달라지다 보니 업황이 좋고 영업실적이 개선될수록 인수 관련 재무부담이 더 가벼워지는 구조이다. 반대로 업황 및 영업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자체적인 재무부담이 가중될 경우에는 인수 관련 재무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다만 그룹 조선부문은 업황 회복 속에 실적 반등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 인수 이후 확대된 조선부문 재무부담이 빠른 시일 내에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향후 인수 시점까지 그룹과 대우조선해양 영업실적과 재무부담 변동, 현대오일뱅크 상장 전 투자(Pre-IPO) 등을 통한 추가적인 재무여력 가능성 등을 종합해 인수가 확정되는 기업결합승인 시점에 신용도를 반영해야 한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9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