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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대법원이 개인회생 최장 변제기간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개정안의 소급적용을 업무 지침으로 허용해왔던 서울회생법원 방침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채무자의 소득이나 재산 변동 상황에 대한 추가 소명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변제기간 단축만을 청구하는 변경안을 제출해서는 변제기간 단축 결정을 법원에서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이와 관련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대법원이 그간 논란이 됐던 사안에서 사회적 약자라 할 수 있는 채무자 입장을 외면한 것이라 비판이 예상된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채권추심회사인 모 대부업체가 채무자 이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개인회생 사건의 재항고 사건에서 이씨의 채무변제 기간을 기존 60개월에서 48개월로 단축한 결정을 내린 원심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회생법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지난 2015년 개인회생 개시 결정을 받아 같은 해 10월 변제계획 인가를 받았던 이씨는 지난 2017년 12월 개인회생의 최장 변제기간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줄인 채무자회생법이 개정되자 지난해 2월 변제기간을 기존 60개월에서 47개월로 단축하는 내용의 변제계획 변경안을 법원에 제출했다.
개정 채무자회생법은 소급적용을 허용하지 않았다. 부칙에서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개정규정을 시행하고 시행 후 신청하는 개인회생 사건에 개정규정을 적용하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회생법원은 업무지짐을 통해 지난해 1월부터 개정법률 시행 이전의 사건에 대해서도 변제기간 단축을 적용해왔다. 개정법률의 입법취지를 고려해 채무자의 조속한 사회복귀를 지원한다는 취지에서였다. 1심 법원은 서울회생법원 방침에 따라 채권자 모 대부업체의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이씨의 변제계획 변경안을 인가하는 결정을 내렸다. 2심 역시 1심의 변제계획 변경안 인가 결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봐 모 대부업체의 항고를 기각했다. 그러자 대부업체가 대법원에 재항고에 나섰다.
대법원은 하급심 결정을 뒤집고 대부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개정규정 시행 전에 신청한 사건으로 변제기간의 상한을 단축하는 법 개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인가된 변제계획에서 정한 변제기간을 변경할 필요가 생겼다고 볼 수 없다”며 “제1심법원으로서는 변제계획 인가 후 채무자의 소득이나 재산 등의 변동 상황을 조사해 인가된 변제계획에서 정한 변제기간이 상당하지 아니하게 되는 등 변경사유가 발생했는지 여부를 심리·판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어 “(하지만) 제1심법원은 그런 사정에 관해 아무런 심리를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업무지침에 따라 채무자가 제출한 변제계획 변경안을 인가했다”며 “원심은 이런 잘못을 간과한 채 제1심결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해 변제계획 변경안의 인가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25일 전체 판사회의 결의를 통해 개인회생 변제기간 단축지침을 폐지할 예정”이라며 “대법원 결정 취지에 따라 더 이상 (지침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고 채무자들에게 혼란을 드려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종전과 같이 변제기간만 단축하는 변경안을 제출하는 경우 인가 결정을 받기 어렵다”며 “가용소득과 재산의 현저한 감소를 알 수 있는 추가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 변제기간 단축안 신청에 대한 취하를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지침 폐지에 따라 채무자와 이해관계인 혼란을 막기 위해 안내문을 배포하는 한편 일시적인 변제에 따른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채무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